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시작된 차별 논쟁이 미국 최고 법정에까지 올랐습니다. 차별 금지 원칙이 먼저냐, 아니면 종교 자유가 먼저냐를 놓고 시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인데요. 판결 여하에 따라 미국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어떤 논쟁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문) 차별 금지 원칙과 종교 자유의 다툼이라고 소개를 해 드렸습니다만, 이 정도로는 설명이 한참 부족하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답) 배경 설명이 좀 필요한 사건입니다.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지난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헤이스팅스 법대'와 이 대학 학생단체인 '기독법학회'간 벌어진 시비가 발단이 됐습니다.
문) 양측 간에 어떤 시비가 있었나요?
답) 기독법학회가 학교 측에 정식 학생단체로 가입을 신청했는데요, 학교 당국이 이를 거부한 겁니다. 기독법학회는 따라서 다른 학생 단체들처럼 동아리방과 게시판 사용권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지내 왔습니다. 학교 측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주워지지 않았구요.
문) 학교 측이 이 단체를 학생 단체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가 물론 있겠죠?
답) 그렇습니다. 기독법학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 신앙을 따르는 법대 학생들의 모임입니다. 기독교 교리가 회원들을 연결하는 끈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회원 가입을 하려면 복음주의에 기반을 둔 신앙 서약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위 "성적으로 부도덕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받아 들이지 않겠다, 그런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문) 부도덕한 성행위는 인정하지 않겠다… 동성애를 가리키는 건가요?
답) 바로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 단체는 비기독교인과 동성애자는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런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겁니다.
문) 학교 당국과 바로 그 점을 놓고 마찰을 빚은 거군요.
답) 맞습니다. 헤이스팅스 법대 측은 기독법학회가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학교로서는 이 단체를 학생 단체로 등록시킬 수 없고 따라서 어떤 편의 시설 제공이나 자금 지원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문) 앞서 미 연방고등법원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아는데요?
답) 예. 지난해 3월 그런 판결을 내렸죠. 당시 판결문을 보면요. 학교 당국은 모든 학생단체들에 회원가입 문호를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단체는 가입자가 그 단체의 임무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모든 가입자를 투표권을 가진 회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문) 기독법학회는 학교나 법 집행 당국의 그런 논리에 반발하고 있는 게 맞죠? 이렇게 6년간이나 소송을 끄는 걸 보면 말이죠.
답) 그렇습니다. 동성애자와 비신자의 단체 가입을 제한하는 기독법학회의 방침을 학교가 문제 삼는 다면 그게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 기독법학회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다시 말해 성적 도덕성에 대한 기독법학회의 믿음 역시 이 단체의 성격 규정 중 하나인 만큼 동성애자나 이를 인정하는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도록 학교가 강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문) 그것도 엄연히 차별이다, 그런 반박이네요. 어떻게 보면 학교나 기독법학회나 모두 서로 차별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어서요. 최종 판결이 쉽지 않겠습니다.
답) 예. 그래서 연방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온 거 아니겠습니까? 동성애와 같은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19일 심리를 시작한 대법관들의 의견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문) 미국 대법관들도 보수와 진보 성향으로 나뉘는 데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크겠네요.
답) 그렇습니다. 보수 성향인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역시 기독법사회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고 있는데요. 학교 측 논리가 맞다고 하자, 그러면 공화당 단체에 민주당원들을 억지로 끼워 넣어야 합법이란 말이냐, 공화당 단체에서 민주당원들이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따라서 학교 측의 주장이 앞 뒤가 안 맞는 다는 거죠.
문)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단체를 구성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군요. 그런데 신념도 신념 나름 아닐까요? 동성애에 반대하는 단체를 만들 수 있다면 가령 흑인을 차별하는 단체도 버젓이 활동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답) 물론 학교 측에서 그런 논리도 내세웠습니다만, 존 로버츠 대법관은 이 문제는 인종이나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과는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종교적 신념은 근본적으로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돼 있다는 거죠. 반면 인종이나 성별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만큼 차별 대상이 되서는 안된다는 거구요.
문) 반대로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학교 측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학교가 차별 금지 원칙을 어긴 단체를 인정하지 않은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