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단체들, 북한 내 반인도주의 범죄 조사 촉구 서명운동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조사하도록 촉구하는 서명운동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 등 국제사회에서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당장 실효를 거두기는 힘들지만 유엔총회와 안보리의 대응 조치를 앞당기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대북 인권연대인 북한자유연합과 캐나다의 북한인권위원회가 전세계 인권 운동가들과 지식인들을 상대로 북한 내 반 인륜 범죄 해소와 정치범 관리소 해체를 촉구하는 1백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호소문에서 유엔총회가 사실상 5년 연속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여전히 세계 최악이라며, 이제는 국제기구와 지구촌 시민들이 행동에 나설 때라고 밝혔습니다.

호소문을 작성한 이경복 캐나다 북한인권위원회 회장은 2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북한 정부의 반 인륜 범죄에 대한 예비조사를 촉구하는 탈북자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반인도 범죄의 피해자들이 ICC에 조사 탄원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유엔 안보리나 유엔총회가 먼저 책임이 있지만 우리 활동가들과 지식인들도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유엔 안보리나 총회가 움직이려면 우리들이 먼저 발벗고 나서서 자꾸 채근하고 재촉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안 했어요. 그런데 마침 직접적인 피해자 (탈북자)들이 나서서 호소하니까 우리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행동 호소문은 북한에서 반동으로 낙인 찍힌 사람들은 적대세력으로 분류돼 재판 절차 없이 정치범 관리소에 수감되며 강제노동과 구타, 공개처형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5만에서 20만 명의 정치범들이 개천과 요덕, 화성, 북창, 회령, 청진 등 적어도 6개 관리소에 수감돼 노예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호소문은 또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비인간적인 처벌 등을 지적하며, 유엔 기구들에 3가지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탈북자들의 탄원을 받아들여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유엔 안보리는 반인륜적 범죄가 북한에서 중단되고 정치범 관리소가 해체되도록 대응 조치를 취하며, 유엔총회는 대북 인권결의안을 강화해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이경복 회장의 말입니다.

“다음 유엔총회 때는 결의안에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ICC 가 취급하도록 유엔 사무총장에게 임무를 부여하라는 조항을 넣도록 우리가 로비를 하는 것이죠. 세 가지 조항이 바로 그런 내용이예요.”

이번 서명운동에는 데이비드 호크 미국북한인권위원회 선임고문과 유대인 인권보호단체인 사이먼위젠탈의 아브라함 쿠퍼 부소장 등 미국과 캐나다의 인권 전문가들과 지식인, 종교 단체, 법률가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이 밝혔습니다.

이경복 회장은 1백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오는 10일 한국의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예비조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낼 때 함께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당장 유엔기구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인권 문제를 법률적으로 체계화 해 주목을 받았던 변호사 출신 제라드 겐서 ‘프리덤 나우’ 회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실질적으로 움직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ICC에 직접 조사를 지시하는 예외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로마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북한에 대한 조사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겐서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북한 내 인권 유린 실태를 국제법에 근거해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그러나 이런 조항은 번번이 유엔총회 결의안에 삽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겐서 회장 등 법률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순차적인 노력을 통해 계속 유엔의 문을 두드리면 수단과 캄보디아에 대한 반인륜 범죄 조사처럼 유엔 주요 기구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