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한 측 회담 제안은 당국간 채널로 이뤄져야’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이 지난 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의한 것과 관련, 남북 당국간 공식 채널을 이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언론들은 현인택 한국 통일부 장관과 한국 정부가 찬성표를 던진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의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 당국이 지난 주 현대그룹을 통해 제의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혔군요,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답) 네, 한국 정부는 오늘 (23일) 북한 측이 진정성을 갖고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희망한다면 공식 채널을 이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민간 사업자 간의 협의 중에 언급된 내용이기 때문에 당국간의 어떤 공식회담 제의로 저희는 보지 않고 있습니다. 당국간의 공식회담 제의로 볼 수는 없고,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현재 판문점 채널 등 당국 채널은 열려있고 잘 작동되고 있습니다.”

천해성 대변인은 북한 측의 회담 제안에 대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 정부가 먼저 당국간 회담을 지금 시점에서 제의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문) 북한은 대북 관광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거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를 겨냥한 비방방송을 하고 있다지요?

답) 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3일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북 핵 포기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며 조선 (북한)을 걸고 드는 무모한 망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그 무슨 ‘일괄타결안’이라는 것을 극구 찬양하는데 열을 올림으로써 반통일 주구의 본색을 더욱 드러내 놓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단평 코너에서 현인택 장관의 이름으로 삼행시까지 만들어 비난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유엔이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서도 맹비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23일 한국 정부의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대결을 격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공동제안국 참여는) 북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또 하나의 용납 못할 정치적 도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은 지난 19일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에서 찬성 96표, 반대 19표, 기권 65표로 가결됐으며, 한국 정부는 결의안 채택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문) 북한 당국이 현인택 장관 등 한국 정부에 대해 비방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네, 북한 당국은 ‘핵 카드’를 미국과의 담판을 위해 반드시 남겨 둬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선 비핵화’ 요구에는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과의 양자 접촉이든 6자회담이든,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체제보장과 대규모 경제 지원의 ‘두 마리 토끼’를 받아 내야 하는 것이 북한의 절실한 입장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식량과, 비료 등의 인도적 지원 카드를 들고 있는 한국에 무대응으로 방치하기도 어려운 처지라는 얘기입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단기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끈질기게 피력하는 것 같다”며 “통일부 장관 등을 집중 비난하는 것도 한국 측에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답) 네,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우리 측에 대한 비난이라든가 여러 가지 또 다른 움직임도 같이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단 한 두 가지 측면만 보기 보다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그 의미나 의도를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그렇게 생각하고 현재 그렇게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천해성 대변인은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가 북 핵 문제와 연계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문) 앞서 북한 측의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제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답) 네. 북한의 리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금강산을 찾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는 물론 현장 방문 등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에 대해 무엇이든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남북 당국간 회담 의사를 통일부에 전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문) 조금 다른 얘기인데요, 한국 정부가 오늘 남북 간 육로 통행 관리에 사용되는 군 통신선 현대화를 위한 자재와 장비를 북한에 전달했다구요?

답) 네, 그렇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지난 달 28일부터 이번달 19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에 군 통신 현대화 장비를 제공했다”며 “현재 공사는 특이사항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 연내에는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군 통신선은 남북 간 육로 통행과 관련해 정전협정에 따라 양측 군 당국끼리 출경자와 입경자 명단을 상호 통보하고 승인하는 절차에 사용됩니다.

이번 공사에 소요된 경비는 21억원에서 2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통일부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