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미 양자대화시 영향력약화 우려

북 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미국과 북한 간 양자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북 간 대화는 6자회담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일부에서는 북-미 양자대화가 진전될 경우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미국 국무부의 발표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 반응을 보인 것이 있습니까?

답) 미국 국무부 공보 담당 차관보가 지난 11일 북한과 양자대화 방침을 밝힌 이후, 중국 정부는 오늘 현재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는 북-미 양자대화가 6자회담 틀 안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기존입장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이전부터 곳곳에서 엿보였는데요, 북-미 양자회담 발표에 앞서 이달 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 특사 일행이 베이징을 방문해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중국 쪽의 동의를 구했을 때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굳이 북-미 대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일단 겉으론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미-북 간 양자대화에 대한 중국 내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떤가요?

답) 중국 내 국제 문제 분야 학자와 전문가들의 견해도 정부와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은 북-미 양자대화가 열리는 것에 대해 일단 겉으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미 양자대화는 어디까지나 6자회담 틀에서 열려야 하고 북-미 간 대화 내용도 다른 4개국에 바로 알려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즉 북-미 양자대화가 열리더라도 중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6자회담 틀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학원의 왕판 국제관계연구소장은 어제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유연한 정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미 현안은 6자회담 틀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현대국제문제연구소 위안펑 미국연구소장은 북-미 관계 정상화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결정적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북-미 대화의 진전 내용은 나머지 4개 당사국에 즉각 통보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중국 쪽이 6자회담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미-북 간 직접대화로 자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담겨 있는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가 6자회담의 재개를 강조하는 배경 가운데는 북-미 양자회담이 진전되면 자국이 6년째 의장국을 맡아온 6자회담의 필요성이 없어지고, 그럼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중국 관영 학자 가운데서 이 같은 시각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요,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류쟝용 교수는 북-미 대화가 추진될 경우 6자회담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조속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줄어 들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장롄구이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북-미 관계와 6자회담은 한 쪽이 잘되면 다른 한 쪽은 못 되는 관계라고 전제하면서,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6자회담은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고까지 내다봤습니다. 한편 중국은 이런 우려에서 당초 다음달 초로 점쳐져 온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문) 중국 정부가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공식 발표했습니까?

답) 중국 외교부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다음달 중 방북 계획과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자바오 총리가 다음 달 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 참석차 평양을 방문하는 계획은 거의 확정적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예상되기로는 원자바오 총리는 다음 달 4일부터 6일까지 사흘 동안 북한을 방문하고,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측은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하기 전에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같은 고위급 정부 관계자를 평양에 보내 북한 측과 사전 협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오는 10월 1일 열리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기념식에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통해 올 들어 다소 냉랭해진 북한과의 갈등을 일단락 짓고, 동시에 6자회담 문제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할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그동안 불투명했던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방문이 이뤄진다면, 이는 무엇보다 중국이 올해 상반기부터 얼어 붙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본격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북한과 양자대화를 갖기로 하는 등 대북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방문을 통해 올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중국의 유엔 대북 제재 동참 이후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회복하는 한편 북-미 간 중재역할을 본격화하면서 대북 영향력을 계속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 주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원자바오 총리는 다음달 초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겉으로는 논의 내용을 양국 관계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는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