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친환경 건축업계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은 부지영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문) 요즘 환경 문제는 미국인들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심사의 하나입니다. 지난 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경제대화에서도 환경 문제가 주요 의제의 하나로 다뤄졌고요. 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환경정책을 중시하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환경 친화 주택과 건물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 주택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만 아직 낙관하긴 이른데요. 이런 불황 속에서도 끄덕 없이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는 업계가 있습니다. 바로 친환경 건축업계인데요. 에너지와 물, 자재 등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거주자나 건물 이용자들의 건강을 보호하며, 폐기물과 공해 등을 줄이도록 설계해 건축하는 걸 말합니다.

(문) 그런 건물을 흔히 그린 빌딩 (green building) 이라고 하잖아요? 한국어로는 녹색 건물이라고 하던데요. 그러니까 미국 건축업계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는 거네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미국에서 녹색 건물업계는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왔는데요. 부동산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60 퍼센트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올해는 새 건물 보다는 기존의 주택이나 건물을 환경친화적으로 개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태양전지를 설치해 에너지를 절약한다든가, 빗물을 받아 저장해 뒀다가 잔디에 물을 주도록 한다든가, 설거지할 때 물 낭비를 막기 위해 물의 흐름 조절이 가능한 수도꼭지로 교체한다든가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겠죠?

(문) 그렇군요. 이렇게 친환경 주택시장이 성장하면서 부동산 중개업자들 가운데서도 이 분야 전문가들까지 등장하고 있다면서요?

(답) 친환경 부동산 전문가들인데요. 마이클 키퍼 씨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키퍼 씨를 찾는 고객들은 에너지 효율이라든지, 건강에 해롭지 않은 건축 설계, 또 집을 살 때 자원절약이나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 지 알고 싶어하는데요. 키퍼 씨는 특별히 친환경 주택들을 골라서 고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또 집을 보러 갔을 때 그 집의 어떤 면이 환경친화적인지를 지적해 줍니다.

(문) 친환경 부동산 전문가라면 따로 자격증을 따야 하는 거겠죠?

(답) 그렇죠. 이코브로커 인터내셔널 (EcoBroker International)을 통해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이 단체를 통해 5천명 이상의 부동산 중개인들이 친환경 전문가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런 가 하면 1백20만 명의 회원들을 거느린 전미부동산업자협회 (NAR)도 지난 해 11월부터 친환경 부동산 전문가 교육과정을 신설했는데요. 반응이 아주 뜨겁다고 합니다. 앤디 노튼 전미부동산업자협회 대변인은 전국 어디서건 교육과정을 제공할 때마다 지원자가 몰려서 정원이 다 찬다고 말했는데요. 올해 말까지 4천명의 부동산 중개인들이 친환경 전문가 자격증을 딸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내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했는데 친환경 주택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아무래도 가격이 일반 주택보다 비쌀 것 같은데요?

(답) 잘 보셨습니다. 보통 일반 주택보다 더 비쌉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는데요. 가격 보다 에너지 효율이나 환경친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는 거죠. 킴 코벳-나이트 씨가 그런 경우인데요. 돈이 더 많이 들더라도 친환경 주택을 선호합니다. 코벳-나이트 씨는 주택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집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환경친화적이라면 더 많은 돈을 낼 의향이 있다는 거죠.

(문) 앞에서 올해 친환경 건축업계 추세를 소개하면서 새 주택 보다는 기존 주택 개조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친환경 부동산 전문가들이 주택을 개조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나요?

(답) 물론입니다. 워싱턴 주민 세스 갈란드 씨는 지난 2007년에 1백 년 된 주택을 구입했는데요. 집을 개조하면서 친환경 부동산 전문가 마이클 키퍼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워낙 낡은 집이라 가전제품, 유리창, 변기, 단열재 등을 모두 교체했는데, 그 과정에서 키퍼 씨의 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는 거죠. 그리고 주택 개조에 투자한 돈은 금방 전기요금 절약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이웃집들과 비교할 때, 겨울철 난방비가 3분의 1 에 불과하다는 건데요. 가장 추운 달의 경우, 다른 집들의 난방비가 5백 달러 이상 나온 데 비해, 갈란드 씨 집은 1백 50 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문) 상당히 절약되는거군요. 물론 집을 개조할 때는 막대한 돈이 들어갔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겠죠?

(답) 그렇습니다. 요즘 경기침체가 계속 되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 노력하는 미국인들이 많은데요. 특히 난방비나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건축업계의 전망은 앞으로도 상당히 밝다고 할 수 있고요. 녹색 자격증을 가진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문) 그런 가 하면 요즘에는 어린 학생들도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죠? 워싱턴 지역의 한 공립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주축이 돼서 학교 건물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꿨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답) 버지니아 주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 얘기군요. 세스 콜커 군을 비롯해 이 학교 학생 30여 명이 힘을 합쳐서 학교 건물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했다고 하죠. 이 학교는 보통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얻었는데요. 석탄을 태우는 화력 발전소는 바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죠. 태양열을 이용하면 에너지 절약도 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학교들이 태양전지판 설치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잖아요?

(문) 물론 비용 때문이죠?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드니까요?

(답) 그렇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을 덜 내게 되니까 이익이지만, 단기적으로 큰 돈이 든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학생들이 나선 겁니다. 태양전지판 설치 비용을 모으기 위해 학생들이 여러 기업에 기부금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는데요. 처음에는 1만5천 달러 정도가 모이더니, 결국에는 기부금 액수가 5만6천 달러에 달했다고 이 학교 세스 콜러 학생이 밝혔습니다.

(문) 5만 6천 달러라, 어린 학생들이 큰 돈을 모았는데, 이 돈으로 태양전지판을 몇 개나 설치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군요? 태양전지판이 워낙 비싸서 말이죠.

(답) 네, 22개를 설치했습니다. 여기서 얻는 전기는 이 학교가 사용하는 전체 전력의 3 퍼센트에 불과한데요. 겨우 그거냐고 생각하시겠지만 멀리 내다봐야죠.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1년에 5톤 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얘기를 들으니 지구의 장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친환경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어른들이 있고, 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어린 학생들도 있으니까 말이죠? 부지영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