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많은 변화를 보인 미국의 국방예산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한 나라의 힘을 평가할 때는 여러가지 항목을 들 수 있습니다. 경제력이나 과학 기술력 같은 것들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겠죠. 그런데, 이중에서 뭐니뭐니 해도 빼놓을 수 없는 항목, 역시 군사력 아니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냉전 시대에 유일한 경쟁자였던 구 소련이 무너진 이후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군사력에 있어서 만큼 미국은 지금도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죠?

(문) 그래서 매 년, 미국이 국방예산을 발표할 때마다,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 세우게 되죠? 올해는 특히나, 변화를 내세운 바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첫 해라, 미국의 국방예산이 과연 어떻게 짜여질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요, 얼마 전에 5,34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2010 회계연도 국방예산이 발표됐죠?

(답) 네, 이 액수는 2009년 회계 연도 예산보다 약 4% 늘어난 금액입니다. 그런데 5, 340억 달러라고 하면, 한국 돈으론 700조원 가량되는데요, 한국의 2009년도 예산이 274조원이니까, 미국의 국방예산, 한국 전체 예산의 약 3배 가량되는 액수입니다. 어마머마하죠?

(문) 통계자료를 보니까, 이번 미국의 국방예산은 세계 25개 나라의 국방예산을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라고 하더군요. 그런 걸 보면, 미국이 국방비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가를 알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 국방예산에서는 미국 정가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항목들이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첨단 무기의 개발과 구매에 드는 예산이 삭감되거나 아예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문) 특히나, 미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전투기죠? F-22, 일명 ‘RAPTOR’라고 불리는 전투기에 대한 추가 구매가 중단됐더군요?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 비행기의 추가 주문이 취소가 된 것을 두고, 논쟁이 한창인데, 국방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뭔가요?

(답) 네, 쉽게 말해서, 이 비행기를 사서 어디 딱히 쓸 데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과거 소련과 같은 적수가 사라진 현재에, 이렇게 비싸고 고성능인 전투기가 187대나 있으면 됐지, 더 살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대신에 이 랩터보다 값이 훨씬 싼, 다목적 전투기, F-35를 추가 생산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문) 이 결정을 두고 일부 연방 의회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 않나요?

(답) 네. 그런데 그 이유가 이렇습니다. 비행기뿐만이 아니라, 각종 무기들은 미국 안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무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만들어 지겠죠? 그런데, 무기 생산이 중단돼 버리면, 기존 무기 제작에 투입됐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지역구에 무기 공장이 있는 의원들은 국방예산이 발표될 때마다, 신경을 곤두 세웁니다. 이번에도, 랩터 추가 생산 중단으로, 비행기 공장이 소재한 지역구 의원들, 발끈하면서, 국방예산의 의회 심의 과정에서 이 결정을 뒤집겠다고 나섰습니다.

(문) 이 첨단 전투기 랩터를 둘러싼 논쟁을 보니까 미국의 국방예산이 짜여질 때, 순수한 군사적인 필요가 아닌 다른 요소들도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네요?

(답) 그렇습니다. 근본적으로 군의 소요제기에 근거해, 예산을 짜겠지만, 지역 경제를 의식한 연방 의회의 압력이나 또 굵직 굵직한 무기 프로그램 예산을 따내서, 많은 이익을 내려는 군수업체들의 로비 등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이번 국방예산을 짤 때는, 가급적이면, 이런 군사 외적인 요소들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예산이 늘었는데, 그렇다면, 첨단무기 구매 중단을 통해서 절약된 예산은 어디에 쓸 예정인가요?

(답) 네, 미국은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죠? 그런데 이 두 전쟁은 전통적인 형태의 전쟁이 아닙니다. 두 전쟁은 갈등 당사국의 정규군이 전면전을 벌이는 양식이 아니고, 미군과 무장반군들이 치고 빠지는 형태의 게릴라식 전투를 벌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 국방예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야전군의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짜여진 게 특징입니다.

(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이 가벼운 반군들과 싸우려면, 굳이 대당 2천억 원이나 하는 비행기가 필요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에 예산이 새로 배정됐거나 아니면 늘어난 항목을 보면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무인 항공기,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헬리콥터, 감시-정찰 프로그램 개선 사업 그리고, 무장반군 색출과 진압에 투입될 특수부대의 강화 또, 대 테러작전에 동참하게 될 외국 군대에 대한 훈련 및 지원 사업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문) 한마디로, 화려한 외형보다는 현재 긴급하게 필요한 요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실속형 예산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또 눈에 띄는 게,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헬기를 교체하려는 사업이 있었는데요, 이 대통령 전용 헬기 사업도 전면 유보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국방예산 효율화를 위해서, 솔선 수범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나라의 안보와 번영은 경제력이나 과학기술력만으로는 지켜질 수 없는 듯 합니다.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이 이렇게 많은 국방비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이를 금새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국방예산, 아무쪼록 낭비없이 효율적으로 사용돼, 세계 평화에 일조했으면 하는 것, 미국인 모두가 바라는 마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