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논란에 휩싸인 미국 예산안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미국에서는 얼마 전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0 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총 3조 9천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잡혔는데요, 그런데 이중에서 눈에 띄는 항목이 지난해 10월에서 시작해 올해 9월에 마감되는 2009 회계연도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즉, 연방정부가 지게 될 빚이 1조 7천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점이로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런 액수의 재정적자는 절대 규모면에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돈이고요,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면에서도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치라고 합니다.

(문) 그런데 사실, 이 1조 7천 500억 달러 중에서도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이 현 오바마 대통령에게 넘겨준 적자가 1조 달러 가량 된다죠?

(답) 네, 그러니까, 실지로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 만들내는 적자는 7천 500억 달러가 되는 셈입니다.

(문) 이렇게 적자가 채 1년도 되지 않아 7천 500억 달러가 늘어나는 이유는, 역시 파산 위기에 빠진 금융기관을 구하고, 최근 발표된 경기부양안을 집행하기 위한 돈이 필요해서겠죠? 그런데 김정우 기자, 이 예산은 미국을 경제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 필요한 돈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두고 현재 미국안에서 말들이 많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논쟁의 단초는 역시 예산안을 입안한 오바마 정부가 제공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올해 1조 7천 500억 달러에 달할 재정적자를 2010년에는 1조 1천억 달러로 줄이고요, 2013년에는 이를 5천 3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문)그런데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가 많은 돈을 풀어야 할 것은 물론일 테고 이번에 새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공약대로 의료보험 개혁과 청정 에너지 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말한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것은 분명한 상황인데, 적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가질 않는군요.

(답) 네, 그점이 바로 이번 예산안을 둘러싸고, 워싱턴 정가에서 흘러나오는 논쟁의 핵심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한마디로 필요한 돈도 확보하고, 동시에 재정적자도 줄이자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는 형국인데요? 이를 위해서 두가지 중요한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문)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정부가 예산을 손쉽게 확보하는 수단으로는 세금을 올리는 방법이 있는데, 오바마 정부도 세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나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증세안은 모든 국민들에게 세금을 일률적으로 더 걷겠다는 것이 아니고요, 잘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기겠다는 내용입니다. 연소득이 20만 달러가 넘는 사람들의 소득세를 올려서요, 앞으로 10년간 6560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걷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일정 소득수준 이하의 국민들은 도리어 1490억 달러의 세금을 깍아준다고 합니다.

(문) 이번 증세안, 부유층의 세금을 걷어서 중산층 이하를 돕는, 일종의 부의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런데 세금을 줄여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측으로서는 펄쩍 뛸 내용이로군요?

(답) 그렇죠? 공화당은 즉시 이번 증세안을 ‘일자리 죽이기 정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증세정책은 계층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부유층에 타격을 주면서 지금같은 어려운 때에 기업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다는 것이죠. 존 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드디어, 큰 정부의 시대가 돌아왔다고 밝혔고요, 공화당내 유력 정치인이죠,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같은 경우는 미국이 정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유럽 같은 나라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싸워야 할 때라고 다소, 선동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 이런 부유층에 대한 증세말고, 다른 방안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판매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이 눈에 띄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 시간에 몇번 설명을 들었지만, 이 온실가스 배출권이라는 것이 뭐냐면요, 산업별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양을 정해주는데요, 이 할당된 양을 넘어서는 기업은 배출량이 적은 기업들로부터 온실가스를 대기중에 뿜어낼 수 있는 권리를 돈을 주고 사게 만든 제도입니다.

(문) 이런 제도는 기업에 부담을 준다면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반대했었는데 말이죠?

(답) 네, 이 정책은 세수를 늘리면서,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온실가스를 잡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요? 이번에 제출된 예산안을 보면요, 이 온실가스 배출권 판매를 통해서 확보될 돈이 2012년부터 7년에 걸쳐 총 6천 4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고요. 오는 2020년에는 일년에 모두 3천억 달러 정도가 걷힐 것으로 보입니다.

(문)일부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예산안을 두고 역사적인 전환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과연 의회에서 순순히 통과가 될까요?

(답) 좀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예산안에 대해서, 공화당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먼저 부부 합산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의 절반 가량이 중소기업인들로 이들에 대한 증세는 결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죠?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예산안의 의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문) 세금을 많이 걷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큰 정부’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거구요?

(답) 맞습니다. 메릴랜드 대학교의 피터 모리치 교수는 역사를 보면 큰 정부가 많은 실업자만을 만들어낸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 지금, 이번 예산안 같은 70년대식 해법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요즘 같은 경기침체기에 세금을 더 거둔 다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도박이라는 평가도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번 예산안을 두고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도박이라고 평했고요, 영국의 일간지인 더 타임즈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의 기나긴 피투성이의 전투를 이제 막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미국 내 주요 언론들은 이번 예산안을 ‘계급 전쟁’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목표는 같은데, 어떤 방법으로 살릴 것이냐는 문제죠?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이번 예산안, 어떤 운명을 맞고, 또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