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집] 극심한 북한 식량난 및 전망

2008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주부터 올해 북한 관련 뉴스들을 정리해 드리는 특집기획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순서로 올 한 해 북한의 식량 상황과 미국 정부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둘러싼 이모저모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올해 초부터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여러 차례 전해드렸었는데요. 지난 해 큰물 피해의 여파로 북한주민들이 올 초부터 너무나 어려움이 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답: 네, 말씀하신대로 북한은 지난 해 최악의 물 난리를 겪었습니다. 이 큰물 피해의 영향으로 곡물 수확량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 겨울 가뭄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은 것입니다. 게다가 매년 계속되던 한국 정부의 쌀과 비료, 못자리용 비닐 등 관련 농기구 지원마저 뚝 끊기면서 북한의 식량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의 지경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는 북한의 어려운 식량 사정에 대해 올 초부터 주목했었던 것 같은데요. 세계식량계획 WFP등 여러 단체들은 올해 북한에 1백40만 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부를 촉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답: 네, 북한의 식량 상황이 매우 어렵고,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지원이 없으면 최악에 달할 것이라는 국제기구들의 경고는 계속됐습니다.

장 피에르 드 마저리 당시 WFP 평양사무소장은 올 초 지난 해 수해로 2008년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 노약층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마저리 전 소장은 올해 북한 인구 전체가 먹을 수 있는 기초 식량의 25%, 즉 6백만 명의 연간 식량 분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해외 언론들도 북한의 식량 상황에 이례적으로 주목했었는데요. 지난 3월에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 1면에 북한의 식량난 소식이 비중 있게 실렸구요, 4월에는 수도 평양에마저 식량 배급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 'AFP 통신', 'AP 통신'등 해외의 여러 유력 언론들이 북한의 식량난 악화 소식을 일제히 긴급히 타전했습니다.

진행자: 이처럼 어려움을 겪어오던 북한의 식량난에 가뭄의 단 비 같은 소식이 바로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재개였는데요. 올해 북한의 식량난을 둘러싼 가장 큰 소식은 아무래도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재개가 아니겠습니까.

답: 네, 지난 2005년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했던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당시 국무부의 발표 내용, 들어보시죠.

션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5월1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철저한 모니터링 방법이 도출됐다며, 6월부터 1년 간 북한에 50만 t의 식량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당초 지난 해 8월31일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의사를 처음 밝혔었는데요, 이후 지난 해 10월과 12월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 USAID 당국자들을 평양에 파견하고, 지난 5월에도 백악관 관계자를 비롯한 정부 협상단을 다시 평양에 보내는 등 지난 해 하반기부터 6개월 여 동안 모니터링 문제를 놓고 미-북 간 오랜 협상이 계속됐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접근 지역 확대는 물론 미국 정부의 전체 대북 식량 지원 분량 가운데 40만 t의 배분을 맡은 WFP의 경우 모니터링 요원의 수는 한국어 구사 요원을 포함해 59명, 또 10만 t의 분배를 맡은 비정부기구들의 경우 한국어 구사 요원 6명을 포함해 16명을 배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재개가 결정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북 핵 협상이 진전을 보이던 때이지 않았습니까.

답: 네, 미국 국무부 측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핵 문제는 전혀 연계돼 있지 않으며, 모니터링, 즉 분배 확인 문제만이 주요 논의 대상이라고 거듭 밝혀왔는데요.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 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과 정치외교적 문제는 언제나 연계돼 왔다며, 미국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이 전혀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재개가 북한주민들의 식량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미-북 관계에도 상당한 정치적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었습니다.

진행자: 지난 6월 이후 미국 정부의 식량 분배는 몇 차례나 이뤄졌습니까.

답: 미국 정부의 발표 이후 6월29일 첫 선적분인 3만7천2백70t의 밀이 남포, 청진, 흥남항을 통해 북한에 처음 들어간 뒤 이후 8월까지 이어졌구요, 지난 달 23일 도착한 NGO 배분 담당 분량 2만5천 t을 포함해 현재까지 북한에 전달된 식량은 14만3천t에 달합니다.

그러나 WFP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은 8월을 끝으로 중단된 상황인데요. 미 국무부는 미국인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 물자를 올바르게 써야 한다는 책임을 내세우면서, 배고픈 사람이 지원 식량을 얻어야 한다며 현재 북한 내 모니터링에 문제점이 있다고 간접적으로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정작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세계식량계획, WFP측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자신들의 모니터링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 않습니까.

답: 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모니터링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최근 결렬된 북 핵 6자회담 상황 또한 절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주 미국 국무부의 커트 통 한국과장을 비롯한 미국 측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분배 감시체계 확대 문제 등에 대해 북한 측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어 구사 요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미-북 간 협의의 핵심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 달 말 이전에 옥수수 2만1천t이 북한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는데요, 하지만 WFP 측은 현재까지 이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해 WFP를 통한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공식 재개되는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WFP를 통한 지원이 지난 8월 중단된 상황에서 올 연말 북한의 식량 상황이 궁금한데요. 요즘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 세계식량계획, WFP와 식량농업기구, FAO가 지난 8일 북한의 곡물 수확량 현황을 발표했는데요. 두 기구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10월까지 83만6천 t의 곡물이 부족한 것으로 공식 추정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은 전체의 40% 가량인 8백80만 명이 넘을 것이라며, 특히 겨울철 북한 북부 지역 취약계층의 식량 부족분이 더 극심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지난 해와 달리 큰물 피해가 없어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최근 식량 사정 등을 보여주는 북한에서 지난 10월 직접 찍은 동영상이 한국방송, KBS를 통해 공개됐는데요. 콩과 강냉이 농사가 예년에 비해 잘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해도 등에서 거둔 곡식이 상당 부분 평양으로 공출됐고, 또 군부대 배급이 끊어지는 등 실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은 크게 나아질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영상 내용 들어보시죠.

"식량사정이 악화되자 올해 처음 '수도미'라는 이름으로 황해도 일대의 쌀이 평양으로 공출됐습니다. 풍작을 거두고도 농민들의 식량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합니다."

한국 정부의 쌀 지원이 뚝 끊기고,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길고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된 북한주민들의 어려움은 올해 초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