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독도 갈등으로 국제무대서 공조 균열 조짐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에 독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면서 북 핵 6자회담 등 국제무대에서 양측의 공조에 균열이 나타나는 것을 물론 민간교류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 주 일본 정부가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란 주장을 기술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인데요,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한·중·일 외교장관연례회의에서 한-일 간 간 공조에 이상조짐이 나타났다고 하던데요, 그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어제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일본의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는데요, 특히 두 장관이 악수조차 나누지 않고, 자리에 앉는 어색한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두 장관은 1.5m 간격의 바로 옆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는데요, 회담장이 언론에 공개된 초반 유 장관은 '독도 문제'를 의식한 듯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거나 테이블 위의 자료를 읽는 데 열중했고, 고무라 장관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 배석자는 "두 시간 회담이 끝나도록 두 사람은 따로 얘기하지 않았고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유 장관은 한 자리 건너 앉은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과는 악수를 나누고 간단한 인사를 했습니다. 이날 회의 석상에선 유 장관이 독도 문제를 꺼내지 않았고, 고무라 외상도 독도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제 아세안+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 핵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도 싱가포르에서 만나 비공식 회의를 열고 북 핵 신고 내용의 검증체계 구축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요, 이 자리에서도 유명환 외교부장관과 고무라 외상 간의 냉랭한 분위기는 이어졌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본 언론에서는 어제 한-일 외교장관이 독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요.

그렇습니다. 일본의 도쿄신문 등 일부 언론은 오늘 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이 어제 아세안+한·중·일 외무장관 회의 등에서 만나 독도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습니다. 도쿄 신문은 "양국 외교장관이 최근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목 학습 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명기된 것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고무라 일본 외상이 기자단에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고무라 외상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짧은 시간에 의미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한국 측은 접촉이 없었다며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양측이 두 장관의 대화 사실 조차 엇갈리게 확인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한-일 간에 심각한 균열을 상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한-일 양국간 관계가 냉각되면 북핵 6자회담이나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 등에서도 당분간은 한-일 공조를 기대하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번 독도 도발에 대응해 공공연히 국제무대에서의 공조가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서 주목됩니다. 지난 주 독도 문제의 항의 표시로 본국에 일시 귀국한 권철현 주일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국제무대에서 한-일 공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밝혔는데요, 6자회담에서 일본과의 공조를 파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어서 주목됩니다.

일본이 6자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 핵과는 연계성이 희박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줄곧 제기해 온 것을 한국 정부가 그간엔 "이해한다"면서 지원해 왔지만, 이같은 기조를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쨌든 북 핵이나 대북 대응에 있어서 한-일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양국 모두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데요, 일본은 납치 문제 해결이 더욱 꼬일 수 있고, 한국은 원활한 6자회담과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에 일본의 참여를 끌어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이같은 양국간 긴장상태가 얼마나 지속될까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예를 보면 지난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뒤에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강경대응에 나섰을 때는 정상외교는 물론이고 외교장관 회담도 1년 6개월여 동안 단절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실무 차원의 외교협의까지 끊기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급 협의로는 굵직한 현안의 결론을 도출하거나 협력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외교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이번에 이명박 정부가 낮은 지지율 때문에 국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쉽게 한-일 관계 긴장을 풀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일 두 나라 간 외교관계가 경색되면서 양측의 민간교류행사들도 잇따라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특히 양국 간 학생교류 행사 등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는데요. 일본의 미야기(宮城)현 리후읍은 국제교류협회 주최로 관내 여고생 3명을 다음달 초 한국 의정부시에 홈스테이를 위해 파견할 예정이었지만 의정부시 측으로부터 최근 독도 문제를 이유로 중지를 통보 받았다고 오늘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또 같은 미야기현 오자키(大崎)시의 한 초등학교는 오는 26일부터 한국 내 자매결연 학교의 초등학생 16명을 받아들여 실시할 예정이던 홈스테이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이 초등학교에서는 행사를 위해 환영회 등의 준비를 진행해 왔지만 한국 측이 행사 불참을 통보해왔다고 합니다. 또 한국 영천시의 시장과 시의회 대표단이 오는 30일부터 아오모리(靑森)현 구로이시시를 시찰하려던 행사도 최근 독도 사태로 취소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