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북한에 대한 ‘개발협력’ 확산 촉구

지난 2001년부터 북한에서 개발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는 스위스 외무부 산하 개발협력처 (SDC)는 농업기술 전수와 북한 지도층에 대한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SDC의 카타리나 젤웨거 북한 담당관은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일시적인 긴급 구호는 미봉책일 뿐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스위스 외무부 산하 개발협력처 SDC는 지난 2001년부터 특히 북한의 농업 분야 발전에 지원을 집중해 왔습니다. SDC가 올해 북한과의 ‘개발협력’사업에 책정한 예산은 4백만 스위스 프랑, 미화로 3백80만 달러입니다.

카타리나 젤웨거 SDC 북한담당관은 12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은 오랜 기간 위태로웠으며, 인도주의적인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스위스 개발협력처는 북한의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농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양배추나 옥수수와 같은 작물의 해충 구제나 윤작, 경사지 농사와 관련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이를 위해 “북한 농업성, 국토환경보호성, 농업과학원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황해북도, 함경남도, 량강도와 평양에 소재한 협동농장과 종자생산 농장, 농업 연구소들에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그러나 이같은 기술전수 프로그램들은 일종의 ‘시범사업’으로, 스위스 개발협력처는 이 사업들이 앞으로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사업 확대의 주체는 스위스 개발협력처나 북한 당국, 또는 다른 대북 지원단체나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스위스 개발협력처는 북한 전역에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시범 농경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특히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는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젤웨거 담당관은 “아직 기근의 조짐을 목격하지는 않았다"면서, "농부들이 올해 수확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일반 시민들이 절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스위스 개발협력처는 북한경제의 자립을 위한 ‘개발 협력’의 일부로 북한 지도층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매년 1백 명 정도의 북한 관리들의 해외연수를 주선하며 이들은 짧게는 열흘에서 길게는 수 개월 동안 스위스, 쿠바, 중국 등지에서 외교와 시장경제 등을 교육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스위스 개발협력처는 북한 내에서 ‘평양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경영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현재 30명의 북한 관리들이 한달에 한번 3일씩 모여 홍콩경영인협회(HK Management Association) 전문가들로부터 경영, 시장조사, 물자관리, 광고 등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교육의 대상이 북한의 현직 관료들이기 때문에 바로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과 선도적인 계획을 접할 수 있게 하고 그들과 함께 조화롭게 일하는 것이 지금까지 이곳에서 여러 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며 거둔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6년 10월 스위스 개발협력처 북한 담당관으로 임명되기 전, 국제 가톨릭 구호단체인 카리타스에서 12년 동안 북한에 대한 원조를 담당했던 젤웨거 씨는 북한에서 활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북한 당국에 개발협력이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며, 북한에 이같은 지원을 하는 나라들도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많은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정보와 수치에 대한 접근, 정책 대화 등의 문제에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그러나 “협력 과정을 통해 양측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가 구축이 된다”면서 “시작부터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이라면 이 곳에 와서 활동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