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주자들, 북-시리아 핵협력에 대한 반응 엇갈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대선 후보들은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양측의 핵 협력은 놀랄 일이 아니라면서, 조건없이 적들과 대화하자는 민주당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대북정책은 어리석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오바마 의원은 북한의 핵 확산 활동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이는 부시 행정부의 실패한 외교정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최근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의회를 상대로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와 분석자료들을 공개한 가운데,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존 맥케인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은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시리아에 핵 확산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맥케인 의원은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외교를 통한 해법을 추구했음에도 북한은 지난 10년 이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외부의 적과 무조건적인 대화를 범한 바보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케인 의원은 미국의 외교는 단순한 희망 이상에 근거해야 한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핵 확산 활동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습니다. 맥케인 의원은 “어떤 협정이든 완전히 검증돼야 하고,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케인 의원은 또 이날 성명에서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김정일과 같은 지도자를 만나는 사람은 미국민에게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와의 조건 없는 대화가 최근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 폭로의 여파 속에서 어떻게 미국에 이익을 가져올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경쟁 후보인 민주당의 바락 오바마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은 6자회담의 2.13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전면적인 핵 신고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시리아에 핵무기 개발 기술을 지원했다며, 이런 행위는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을 받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오바마 상원의원도 지난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시리아의 불법 핵무기 프로그램을 도왔다는 증거가 공개된 데 크게 우려하며, 이는 아주 위험하고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의원은 이 같은 일은 부시 행정부가 8년 가까이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한 실패한 대북정책을 추진한 결과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바마 의원은 북한은 이 기간 동안 핵확산금지조약, NPT에서 탈퇴했고, 풀루토늄의 보유량을 4배로 늘렸으며,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또 시리아에 핵 기술을 이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대화에 나서지 않았을 때 북한은 도발을 했으며, 따라서 자신은 “이제까지 줄기차게 미국의 우방 뿐만 아니라 적들과도 직접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의원은 이제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종식하는 좀 더 적극적인 외교 (aggressive diplomacy)를 펼쳐야 할 때라며, 북한이 더 이상 핵 확산에 간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미국은 북한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해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민주당의 또 다른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뉴욕 주 상원의원은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사실에 대한 증거와 분석자료가 공개된 데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클린턴 의원 측이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정보를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오바마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클린턴 의원은 앞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건없이 만나겠다는 오바마 의원을 외교에 경험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