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 빠진 6자회담…미국 대북정책 회의론 증가

북 핵 6자회담이 교착 국면을 보이면서 미국 내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현 대북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까지인 핵 신고 시한을 지키지 않은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에 대한 적대적 선전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늘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현 6자회담 국면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 6자회담 상황을 ‘앞뒤가 막힌 교착 국면’으로 진단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현재 6자회담은 꽉 막힌 교착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은 6자회담이 아닌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치중했고, 6자회담은 형식적인 승인장치의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 협상력은 더욱 줄어들었고, 지금의 교착상태는 이런 실수의 산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수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데는 핵 신고에 대한 미-북 간의 견해차에도 기인하지만,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모호한 협상문을 묵인한 데도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미 핵 신고서를 작성해 미국에 통보했다는 북한 외무성 발표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북한의 불완전한 핵 신고 사실 자체를 숨겼다면, 이는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 상처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총장은 현재 6자회담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욱 어둡다고 말했습니다.

피터 벡 총장은 “새해들어 6자회담이 교착 국면을 보이면서, 앞으로의 전망은 지난해에 비해 실망스럽다”면서 “특히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기울인 막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은 더욱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미국에 대한 적대적 선전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6자회담 진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의 의도는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 정부가 최근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자명하다”면서 “6자회담에 진지하게 임하기 보다는, 핵 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협상태도를 볼 때, 완전한 핵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협상전략이라기 보다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단지 앞으로의 핵 생산 능력만을 포기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총장은 6자회담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피터 벡 사무총장은 “힐 차관보가 이번 동북아 순방 중 중국으로부터 어떤 대답을 들었는지에 특히 관심이 모아진다”면서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의 지연전략을 인내하지 않고 북한을 압박한다면, 북한은 더 나은 핵 신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북한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벡 사무총장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6자회담 진전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부시 행정부는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서, 6자회담을 계속 진행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부시 행정부는 임기가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외교적 성과를 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의 완전하지 않은 핵 신고를 받아들인다면, 최종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