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차기 한국 정부, 남북경협과 6자회담 진전 연계해야'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차기 한국 정부에 대해 대북 정책에서 원리원칙을 지키고 남북경협을 6자회담의 진전과 연계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한국 정부의 현 대북 포용정책은 내년 2월에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이곳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빅터 차 (Victor Cha) 교수는 1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차기 정부는 우선 남북 경제협력을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에 발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 교수는 “남북 경제협력이 북한의 비핵화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항상 문제였다며, 이렇게 되면 북한은 더 이상 비핵화 할 이유가 없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입니다. 차 교수는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이는 미국만의 입장이 아니라 현재 한국을 제외한 모든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분석연구소 (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의 오공단 박사도 북 핵 폐기 이후에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해도 전혀 문제가 안된다며 포용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원리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오공단 박사: “실행방법에 있어서 너무나 한국 쪽이 무조건적으로 북한에 끌려다니는 그런 인상이 지난 10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당선)되는 대통령과 그 팀은 북한을 상대함에 있어서 반드시 원리원칙을 따져가면서 정확히 하는 것이 좋다. 한국이 양보하고 약할수록 북한은 강하게 나오기 때문에 절대로 거기에 굽힐 필요 없다는 것을 차기 대통령 당선자는 알 필요 있어.”

이에 반해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조셉 시린치오니 (Joseph Cirincione) 수석 부소장은 한국의 현 대북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치오니 부소장은 “현재의 대북 정책은 맞게 가고 있기 때문에 조정은 필요 없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린치오니 부소장은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왔다며, 북 핵 문제만 해결되면 인권 등의 다른 현안들도 차례로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변화된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지타운대학의 빅터 차 교수는 한국 정부가 올해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현 정부는 남북관계가 좋으면 인권 문제를 거론하기를 꺼려 한다”며 “이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의 자국민 보호 의무에 대해 숨김없이 얘기할 수 있도록 두 문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방분석연구소의 오공단 박사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공단 박사: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당사국이기 때문에 기권했다는 것은 굉장히 창피한 노릇이죠. 당당하게 국가로서 원리원칙대로 인권 문제를 봤을 때 열악하다 그러면 기권을 하지 않아야죠. 완전히 찬성표를 던져야죠.”

한국은 지난해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지만 올해는 남북관계 진전 상황 등을 고려해 기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