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미 캔터키 주 도착 확인

지난 19일,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 여성이 미국 남부 켄터키주의 한 도시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태국주재 한국대사관은 미국 정부가 요청한 탈북자들의 지문 확인이 지연되고 있다고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를 출발해 19일 미국에 입국한 20대 후반의 탈북 여성 김모 씨가 현재 미국 남부 캔터키주의 한 도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난민 담당 관리는 2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씨의 행선지를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 내 탈북자 수가 31명이라고 말해 이 여성의 입국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탈북 여성이 도착한 지역에서 가톨릭계 난민단체와 함께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인교회의 한 목사는 2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이 여성이 20일 낮에 도착해 현재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잘 도착했구요. 옆에서 도와주시는 이민자들과 단체들이 잘 돕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지난 3월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12명 가운데 모녀 2명의 정착을 도왔으며, 이들은 아직까지 그의 집에 머물며 직장과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김 씨를 보호해 온 한국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20일, 김 씨는 현지 행정적인 절차가 끝난 뒤 뉴저지주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 켄터키주 갔다가 내일 모래쯤 이리로 바로 올거예요. 뉴저지주에서 공부를 지원하려구요.”

미국에 입국한 난민들은 일반적으로 미리 지정된 도시에 도착해 난민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정착합니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에 따라 다른 도시로 이동할 자유가 있으며, 김 씨 역시 그런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김 씨가 뉴저지주에 정착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탈북자 김 씨는 1년여 전 중국을 탈출해 태국에서 잠시 머문 뒤 미국 입국 전까지 위조여권을 이용해 동남아시아의 제3국에 머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태국에서 탈북자 6명을 처음 받아들인 뒤 이번에 입국한 김 씨를 포함해 모두 7 차례에 걸쳐 31명의 탈북자를 받아들였습니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3 차례에 걸쳐9명이 입국했고 태국에서 21명, 그리고 이번에 김 씨가 동남아 제3국에서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켈리 라이언 인구.난민. 이주 담당 부관보는 지난 6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미국의 소리’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 여름에 12~50 명의 탈북자가 입국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9월 중순이 지난 현재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19일 도착한 김 씨 단 1명으로 입국이 크게 지연되고 있습니다.

천기원 목사는 최근 워싱턴의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와 함께 국무부 고위 관리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에 요청한 지문 확인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응답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다시 태국으로 들어가 미국과 유럽 나라들에 난민신청을 한 사례들이 속속 적발되자, 보안 차원에서 미국 입국 예정인 탈북자들에 대해 한국 정부에 지문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 등 제 3국에 거주권을 받아 이미 정착한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정부의 지문 요청과 관련해 한국의 `KBS 방송'은 19일 태국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현재 미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 28명의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요청으로 지문을 채취해 한국 경찰청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신원확인 절차가 두 달 이상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국에서 미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탈북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답답하지만 계속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답답하고…앞으로 더 많이 기다려고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미래를 위해서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열심히 기다릴 수 있어요.”

현재 태국에는 출국허가서를 받은 탈북자들이 적어도 20명 이상에 이르며, 이 중 많은 사람들이 6개월~1년 가까이 미국행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4년 전 북한을 탈출해 라오스 등을 거쳐 태국에 도착한 이 탈북자는 스스로 벌어 떳떳하게 살고 싶어 한국보다 미국행을 택했다며, 하루빨리 미국땅을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 중국 와서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보니까, 내가 내 손으로 살았을 때와 누가 주는 것을 받아 먹으며 살았을 때 차이가 많이 났어요. 지금 보니까 제 손으로 벌면서 제 힘으로 하는 것! 그래서 미국 가서도 제가 혼자서 ..미국 가면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더욱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 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