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 사실과 달라'

미국은 오늘, 지난 2일 끝난 미-북 간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부인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에 달려 있다며, 북한의 합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오늘 (4일)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 시드니에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이 앞으로 밟을 추가 비핵화 조치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은 3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형식을 통해, 북한과 미국 양측이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끝난 미-북 관계정상회 실무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제재를 전면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은 지난 2.13 합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아직 이를 위한 충분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충분한 추가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과 북한은 이번 제네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이 앞으로 취할 조치들에 대해 논의했으며 일부 이해를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제네바 회의에서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려면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전반적인 북일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북한 측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힐 차관보가 4일 오후 6자회담 일본 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게니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만나 미국의 이같은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고 일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두 대표는 회동에서 6자회담 진전과 북-일 관계 개선방안 등에 관해 집중 논의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내일(5일) 부터 이틀 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관계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그룹 회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한편 일본 정부 관리들도 미국과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에 합의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오늘(4일) 기자들에게 이 사안에 대해 “미국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사노 카오루 관방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카오루 장관은 특히 힐 차관보가 이번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미-일 관계를 희생하며 미-북 관계를 진전시키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북한 측에 명확히 전달했다는 설명을 미국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지난 1987년 북한에 의한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을 이유로 1988년부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으며, 이후 일본 적군파 간부들에게 은닉처를 제공한 혐의와 한국과 일본인 납치 등을 테러지원국 지정의 이유로 추가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올해 발표한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북한을 포함해 이란과 쿠바, 수단, 그리고 시리아가 올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