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튼 전대사, '북한, 2002년 고농축 우라늄 계획 시인'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한 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5일, 북한은 지난 2002년 고농축 우라늄HEU 계획을 분명히 시인했다며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전문가들을 비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또 자신은 북한이 2.13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의 손지흔 기자가 워싱턴 소재 미국기업연구소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에서 열린 토론회를 취재했습니다.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5일 열린 토론회에서 최근 북한과의 직접 대화와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거듭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특히 워싱턴 일각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에 관한 역사를 다시 쓰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방북했을 때 부시 행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북한이 HEU 계획의 존재를 시인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HEU 계획에 관한 정보를 재평가할 필요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 바 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2002년 당시에도 북한의 HEU 계획의 존재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그 해 봄과 초여름에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이런 논란을 끝내는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켈리 차관보는 그 해 10월 평양에 가서 북한측에 이 증거를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측은 처음에는 HEU 계획 존재 사실을 부인하다가 켈리 차관보와의 면담 둘째 날에는 시인했다는 것입니다.

볼튼 전 대사는 “당시 북한측은 HEU 계획의 존재를 시인하면서, 당의 입장에 따라 미국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을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국 대표단은 북한이 설명한 `당의 입장'이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것으로 해석했다고 볼튼 전 대사는 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자진해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핵무기는 김정일 정권이 생존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볼튼 전 대사는 “핵무기는 북한이 미국과 일본, 중국 뿐아니라 자국민에게 내밀 수 있는 비장의 패”라며, 따라서 북한은 2.13 합의 체결 이후 60일이 되는 오는 14일까지 핵 시설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초기조치 이행 약속을 어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또 북한과의 협상은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북한의 핵무기 사정권 안에 있는 국가들에게 잠재적으로 위험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은 지금까지 어떤 합의를 지킨 적도 없고, 강성대국과 선군정치를 내세우는 것을 보면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은 국제, 외교, 경제적 고립, 마지막 남은 동맹국인 중국과의 관계 손상, 그리고 1990년대의 대기근도 무릅쓰고 핵 계획을 비밀리에 계속 추진해온 나라”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