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 8월 이후 더 극심해질 것…중국 물자 반입 움직임 아직 없어"

지난 4월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북한이 식량난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지난해 흉작에 따른 식량 고갈 현상이 다음달부터 극심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군의 전략비축미로 알려진 ‘2호 창고’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 교역 재개나 외부 지원이 없으면 뾰족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는 진단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장마당 시세가 국경 지역에서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쌀의 1kg당 가격은 5천600원, 옥수수는 3천200원으로 평상시 가격보다 40~50% 비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도 지난 12일 기준 혜산지역의 쌀값이 5천500원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평양의 경우엔 4천원, 신의주 4천200원으로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중국과의 교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경 지역의 곡물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무역 봉쇄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소장은 평양이나 신의주 등 다른 지역의 쌀값이 다시 안정을 찾은 것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군의 전략비축미인 ‘2호창고’ 식량을 지난달부터 풀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식량보급소에서 일인당 최대 20kg까지만 살 수 있도록 통제하면서 장마당 시세에 준하는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비상 공급물량도 일부 식량공급소에선 며칠 만에 동이 날만큼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86만t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수해로 작황에 큰 타격을 입은데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과의 교역 그리고 외부 지원 차단 조치 등이 겹치면서 식량 위기가 빚어졌고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13일엔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 처음으로 자발적 국가별 검토, VNR 보고서를 내고 제재와 봉쇄, 재해로 곡물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원장은 북한이 지금은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물로 버티고 있지만 문제는 8월 이후라고 지적했습니다.

권 원장은 이모작 작물로 이달 한 달은 버틸 수 있겠지만 옥수수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는 11월까지는 북한 당국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옥수수도 9월에 수확해도 말려야 되잖아요. 말려 가지고 그 다음에 전체를 국가가 수매를 해야 되잖아요. 11월이 돼야 분배가 되고 쌀은 12월 돼야 분배가 가능한 이야긴데. 그러니까 정말 지금은 작년에 수확한 게 군량미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인데 일반 배급대상이 아닌 주민들은 구경도 못하는 거죠.”

권 원장은 이 때문에 잠시 안정을 찾은 장마당 곡물 시세도 지금 상태로라면 다음달엔 다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식량난을 인정한 시점이 장마당 곡물 시세가 불안정해진 때와 일치한다며 김 위원장이 민생안정을 위한 특별명령까지 직접 하달했는데도 여전히 식량가격이 불안정한 것은 자체 공급의 한계를 시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김 위원장의 식량난 인정과 이어진 VNR 보고서 등은 한편으론 미국의 대북 제재의 비인도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보기 드문 행보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큰 흐름으로 보면 북한이 자신의 어려움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은 최근 미국을 포함해서 대북 인도적 지원, 의료와 식량에 국한되긴 하지만, 그런 분위기 조성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조충희 소장은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100만t 안팎 수준이라면 지금부터가 고비일 수밖에 없다며 뾰족한 자체 공급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통해 숨통을 트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북한 측 무역일꾼들이 중국 무역회사인 대방과 식량이나 비료, 철근 등 긴급한 물자들을 중심으로 구매계약을 맺고는 있는데 실제 물자가 반입되는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준비는 지금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중국 쪽에서 식량도 한 쪽으로 구입하고 있고 계약도 속속 체결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기차에 실어서 북한 쪽에 들어가는 액션이 되겠는가 그건 보이진 않으니까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권태진 원장은 장마당 기능이 커져 있고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을 일부 소토지 수확물들을 고려하면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극단적 상황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교역이 풀리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권 원장은 중국 측의 지원 또는 무역 재개 의지를 고려했을 때 당장 식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관건은 북한 측의 반입 물자에 대한 신종 코로나 방역시설 구축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