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치 50주년…“과거 아닌 현재 해결해야 할 사건”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북사건 50주년을 맞아 8일 임진각에서 1969년 KAL기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씨가 아버지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에 의한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 사건이 일어난 지 어제(11일)로 50년이 됐습니다. 피해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행사를 열고 가족들의 송환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는데요, 현재 한국 국회에도 관련 결의안이 발의된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69년 12월 11일,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 50명을 태우고 강원도 강릉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됐습니다.

그리고 50년이 흐른 지난 11일, 피해가족회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들의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납치된 50명 가운데 39명은 사건 발생 약 3개월 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11명은 생사 확인 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납치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는 이 사건은 과거가 아닌 현재 해결해야 할 중대한 인도적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한국사회가 피해가족들에게 사건을 잊으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처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KAL 납북 50년 망각을 강요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한국과 사회의 냉대에 의해 마치 이 사건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치부되는 데 대해 촉구를 했어요. 그래서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행사가 ‘North Korea sends his father home’ 이라고 해서 얘기를 좀 해달라…”

황 대표는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아버지 송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건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한반도 평화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분쟁 지역이나 갈등 지역에서는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저희같이 찢어진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으로 시작을 하고 있거든요. 근데 한국과 북한은 이런 문제는 빠져있고 경제적 문제를 먼저 다루기 때문에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저희는 명확히 알고 있고 역사적인 부분에서도 다 증명된 사실이라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을 요구하는 거죠.”

현재 미송환 한국인은 모두 11명으로 대한항공 소속 유병하, 최석만, 성경희, 정경숙 씨 등 승무원 4명과 이동기, 최정웅, 김봉주, 장기영, 채헌덕, 임철수 그리고 황원 씨 등 승객 7명입니다.

한편 지난달 한국 국회에서 KAL기 납북 50주년을 맞아 ‘납북국민 송환 촉구 결의안’이 발의됐습니다.

결의안에는 KAL기 납북 50주년을 계기로 북한이 납치했거나 억류 중인 한국 국민들의 즉각 송환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결의안을 주도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병국 의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국가별정례인권검토, UPR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 관련 논의를 할 때 해당 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병국 의원] “그 당시 납북됐던 일부 가족들은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납북 가족을 직접 참고인으로 국회에 모셔서 의견도 청취를 했습니다. 그 분들의 간절한 소원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이나 또는 모든 국제기구를 통해서 이 분들이 송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하는 그런 결의문을 내게 됐습니다.”

정 의원 등 18명의 한국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이 결의안은 지난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회부됐으며 외교통일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6.25 한국전쟁 중 납북자 9만 명, 전후 납북자는 500~600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는 굉장히 큰 규모의 심각한 인권범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이 내는 반박이 납치한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왔다고 억지 주장을 하거나 이산가족 신청을 하면 생사불명이라는 황당한 거부를 했을 때 그냥 넘어가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과거 증거가 명백한데 이것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고 북한에 반박을 해야 하는데 한국이 지금까지 그것을 안해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대통령에 요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하거나 실무 협상을 숱하게 하면서 왜 이 문제를 전혀 하지 않느냐. 그게 헌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거라는 거죠.”

이 대표는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과거에 발생한, 안타깝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여기고 있다며, 모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일제 강제징용 문제는 더 오래된 문제란 말이죠. 동학농민 문제까지 들어가서 과거사 해결한다고 하는데, 그거에 비하면 훨씬 더 짧은 시기에 벌어진 일이에요. 예외적으로 이 문제만 옛날 얘기로 치부하기 때문에 황 대표님이 “왜 우리에게만 망각을 요구하느냐”, 아주 정당한 비판이에요. 이중잣대에 대한 얘기이고 증거가 이렇게 명백한 일을 이렇게 방치하고 있느냐 정당한 비판을 하고 있는 거죠.”

이 대표는 미국 정부는 자국민 한 두 명의 북한 억류에도 전현직 대통령이 나서 왔다며, 정상적인 국가라면 납북자 문제에 대해 더이상 침묵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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