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베트남 산업시찰 없이 일정 앞당겨 귀국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이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늘(1일)부터 이틀 일정의 베트남 공식우호방문을 시작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일정을 앞당겨 내일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노이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하노이에 머물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일정을 다소 앞당겨 2일 오전 귀국길에 오를 예정입니다.

베트남 외교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이어 국회 방문 등을 한 뒤 2일 호치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 묘에 헌화한 후 오전 10시에 귀국길에 오릅니다.

애초 2일에 있을 베트남 고위 관리들과의 회동을 1일 저녁 만찬으로 대신하고 귀국을 앞당긴 겁니다.

베트남 공식친선 방문 중 예상됐던 주요 산업시설과 관광지 시찰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초 2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상 결렬 뒤 숙소로 돌아간 지 25시간 이상이 지난 1일 오후 3시 30분쯤 베트남 주석궁 환영 행사에 나타난 김 위원장은 베트남 관리들과 악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무표정한 얼굴이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두 정상은 1박 2일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단독·확대 회담을 했지만, 제재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로 결렬됐습니다.

회담 개최국인 베트남 정부는 그러나 회담이 실패한 게 아니라며 관영매체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오늘(1일)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은 것은 회담 실패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는 복잡한 세계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북 정상 간에 매우 긍정적인 결과들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푹 총리는 베트남이 이번 행사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위해 계속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북 정상회담이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베트남이 개최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보다 50배나 많은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공식친선 방문 시작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두 나라 관계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들을 방영하고 있습니다.

국영 ‘VTV’는 호치민과 김일성 주석의 과거 회동 사진과 영상들을 소개하며 두 나라 수교 69년의 역사와 우정을 강조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을 계기로 북한관광을 신청하는 베트남인들이 늘고 있다며, 한 여행사(Vietravel)는 올해 베트남인 1천 명이 북한을 관광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습니다.

베트남 여행사들은 4박 5일 북한관광에 미화로 1천 200~1천 400달러가 든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 개최로 하노이가 세계적인 관심과 평화도시로 거듭났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않았습니다.

정상회담을 위해 설치한 국제미디어센터의 대형 스크린은 회담이 아닌 베트남 관광 홍보 영상을 거의 24시간 내내 보여줘 많은 외국 기자들이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속도가 자주 느려지면서 영상이 자주 끊겨 회담 관련 속보를 보내거나 기록하는 많은 기자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베트남은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공산당 지배국가로, 언론과 종교 자유 등 인권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고 국제 인권단체들은 지적합니다.

하노이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