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 반칙 용인않을 것"...레바논 '전운' 각국 철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베트남에 도착했습니다. 다낭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했는데요. 무역에서 각국의 만성적인 반칙(abuse)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연설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레바논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철수령을 내리면서 중동 지역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고요. 중국에서 연중 최고 쇼핑 수요가 몰리는 ‘광군절’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갔군요?

기자) 네.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과 한국, 중국을 이어서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도착했습니다. 베트남 중부 관광도시로 유명한 다낭에서 오늘(10일)부터 이틀 동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진행되는데요. 앞서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5개국 순방 계획을 공개하면서, APEC 정상회의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일정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새 정부의 아시아 정책 대강을 보여줄 일정이라는 건데, APEC은 어떤 모임인가요?

기자) APEC은 아시아 태평양 주변에 있는 21개 나라 경제협력을 위해 지난 1989년 출범한 모임입니다.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참가하고 있는데요. 대략적인 경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하면 전 세계 60%에 해당하고요, 인구도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입니다.

진행자) APEC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10일) 연설했다고요?

기자) 네. 정상회의 공식 일정에 앞서 오늘(10일)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가 열렸는데요. 기조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만성적인 무역 반칙(abuse)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렬한 어휘로 국제통상 현황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언제나 미국의 이익을 우선할 것이고, APEC 회원국들은 공정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연설 원문을 보면 'abuse’라는 단어를 썼는데, ‘남용· 오용· 반칙’ 같은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이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이유가, 각 나라가 불공정한 통상 관행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이 공정한 무역 질서를 위반(violation)하고 있다, 속이고(cheating) 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침략(aggression)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연설에서 이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미국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많은 나라가 WTO 규정을 존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제 통상질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많은 나라가 WTO 규정을 어기면서 이익을 챙기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해를 입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관행이 우리나라(미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미국은 공정하고 호혜적(상호이익)인 무역을 하는 인도-태평양 어느 나라와도 손을 잡을 것이지만, 오직 “동시 이익과 상호 존중의 기반에서만” 경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트럼프 APEC 최고경영자 서밋 기조연설] (32초-적당히 줄여주세요.) “I will make bilateral trade agreement with any Indo-Pacific nation that wants to be our partner and that will abide by the principles of fair and reciprocal trade. What we will no longer do is enter into large agreement that tie our hands, surrender our sovereignty, and make meaningful enforcement practically impossible.”

기자) 특히 다자간 경제협정은 갖가지 불공정한 조항으로 미국의 주권을 제약하기 때문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10일) APEC 연설,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뉴욕타임스와 CNN 등 미국 언론은 오늘(10일)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BBC와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등 외신들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바로 어제(9일) 중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말과 입장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크게 적자를 내고 있는 양국 무역 현황과 관련, “국익을 챙기는 나라를 누가 책망할 수 있겠나. 나는 중국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10일) APEC 일정에서 다른 나라 정상도 연설했나요?

기자) 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연설에 나섰는데요. ‘개방’과 ‘자유 무역’을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보다 열리고, 보다 균형 잡힌, 보다 공평한, 모든 나라에 보다 더 이익이 되는” 통상 체재를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는 등 다자무역협정들을 해체하고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선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각국 언론은 해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제(9일) 베이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적 발언으로 미-중 간 무역 대립이 봉합되는 걸로 보였는데, 오늘 분위기가 바뀌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무역 질서에 관한 미국과 중국 정상의 시각이 오늘(10일) 연설에서 확연하게 대비됐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한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는 언제나 미국 우선을 강조할 것”이라며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모두가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베이징에서 자제했던 중국에 대한 비판도 이어 갔는데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술 이전을 요구하면서 시장 접근 대가로 합작법인 설립만을 강요하는 관행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암살 위험을 이유로 전격 사임한 사드 알하리리 총리를 지지하는 배너를 걸고 있다.

진행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레바논에서 자국민 철수령을 내렸다고요?

기자) 네. 사우디아라비아가 어제(9일) 이웃나라 레바논에 머무는 자국민들에게 서둘러 출국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사우디 조치 직후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자국민 철수령을 내렸는데요. 바레인은 이미 지난 일요일(5일)부터 자국민들의 레바논 입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레바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4개 나라가 그런 조치를 한 거죠?

기자) 일주일 전부터 레바논 정세가 급격하게 불안해진 것과 관계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3일) 사우디를 방문 중이던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TV연설을 통해 돌연 사임을 발표했는데요. 이후 하리리 총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했다가 귀국하지 않고 다시 사우디로 향했습니다. 아직도 레바논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레바논과 사우디 이중 국적자인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문이 나오는 걸로 전했고요, 로이터통신은 한 발 더 나아가,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 당국으로부터 강제로 사임을 요구당하고 붙잡혀 있다는 관계자 증언을 전했습니다.

진행자) 레바논 총리가 TV연설을 통해 밝힌 사임 이유는 뭐였나요?

기자)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내놨는데요. 하나는 이란이 레바논에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란과 연계된 극렬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자신에게 암살 위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레바논 정부를 이끄는 하리리 총리를 둘러싸고 사우디와 이란이 대립하는 양상입니다.

진행자) 이례적인 상황인데요,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외신들은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레바논에서 터져 분쟁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예멘이 바로 그런 상황인데요. 국내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이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대돼서 3년째 격렬한 내전이 진행중입니다.

진행자)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기자) 과거 레바논을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어제(9일) 예정에 없던 사우디 방문에 나섰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사태 수습을 논의한 것으로 엘리제궁이 전했고요, 현지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는 하리리 레바논 총리도 비공식 접촉했습니다.

진행자) 갑작스럽게 사우디와 이란이 레바논에서 대립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진행 중인 권력투쟁과 연결짓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토요일(4일) 출범한 반부패위원회를 통해 왕자들을 비롯한 국가지도층 다수를 잡아들였고요, 지금까지 구금된 인원이 201명에 이른다고 사우디 검찰이 밝혔는데요. 순조로운 왕위 계승을 위해 반대파 숙청에 나선 것으로 외신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왕세자 측이 대외적으로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레바논을 무대로, 중동 맹주를 다투는 이란과 대립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는 중동지역 전통적 동맹인 사우디를 지지해왔습니다. 하지만,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반대파 숙청, 또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 사임 사태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인터넷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왕과 왕세자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사우디 정부의 반부패 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광군절' 축제에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의 매출 현황을 표시한 전광판이 설치돼있다.

진행자)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군요.

기자) 네, 11월 11일 광군절을 앞두고 지금 중국과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타이완 등 중화권 국가들은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기업들까지 중국 최대 쇼핑철을 맞아 대목 맞이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현재 각 업계는 판매를 촉진하는 홍보가 한창이고요.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 행사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광군절의 유래가 흥미롭다고요.

기자) 네, 원래 이 광군절은 중국의 청년 대학생들이 재미 삼아 만든 날입니다. 한자로 '광군'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빛나는 막대기'라는 뜻인데요. 중국의 일부 대학생들이 혼자 있는 막대기같은 숫자 1이 4개나 겹쳐있는 11월 11일을 '빛나는 독신들을 위한 날', 즉 광군절이라고 부르면서 이날이 되면 서로 선물을 주고받곤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이런 청년 문화를 마케팅에 이용해 쇼핑으로 이날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며 대대적인 온라인 쇼핑 할인 행사를 열었는데요. 이게 대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전자상거래업체들까지 속속 동참하면서 광군절이 중국 최대 쇼핑의 날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진행자) 한국도 비슷한 의미로 11월 11일을 기념하고 있죠?

기자) 네, 한국은 길쭉하게 생긴 과자 이름을 딴 ‘빼빼로 데이’라고 부르면서 이 과자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처럼 이렇게 쇼핑을 하는 날은 아니고요. 중국의 광군절은 오히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날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하는 '블랙프라이데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광군절도 매출이 어마어마하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단 24시간 동안 매출이 178억 달러에 달했고요. 중국 소비자들의 주문 건수는 6억5천700만 건에 달했습니다. 올해는 이를 더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더구나 올해는 전례없이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14만 개 업체가 올해 광군제에 참여하는데, 그 가운데 6만 개가 해외업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지난해에는 10만 개 업체들이 참여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 당국이 광군절을 앞두고 인터넷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달 초, 중국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이 광군절을 맞아 자사의 상품에 대해 거짓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조회 수를 허위로 늘리는 등의 행위를 하는 웹사이트에 대해 대규모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 자사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적은 글을 삭제한다거나, 거짓으로 긍정적인 평가의 글을 올린 업체에 대해서는 최소한 3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중국 당국은 정직한 인터넷 상거래 문화의 정착을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