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문가 “북한 모내기, 물 공급 절실…가뭄·연료 부족으로 차질” 

지난 2015년 6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 유역에서 농부들이 쌀농사를 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모내기 철을 맞아 모든 힘을 농사에 총동원하자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봄 가뭄과 국제사회 제재로 인한 연료 부족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올해 초 물과 연료 부족 등으로 모내기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올 들어 최근까지 북한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60~70% 수준이고, 기온은 1~2도 더 높아 전국적으로 가뭄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몇 년 간 계속된 가뭄으로 관개용 저수지의 저수율이 낮아 농업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지난 겨울 동안에 또 가뭄이 들었기 때문에 저수율이 낮은 데다 올해 들어 강수량도 적었기 때문에 모내기 하는 데 꽤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권 원장은 강냉이 영양단지 모 옮겨심기가 마무리되고 벼 모내기가 시작되는 지금이 농업용수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라며, 물 공급이 올해 농사의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 공급이 원활치 못할 경우 가을에 수확할 벼나 옥수수의 초기 생육이 나빠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6월에 수확하는 보리나 밀, 감자 등 이모작 작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겁니다.

권 원장은 현재 저수지나 하천을 통해 물을 공급할 수 없는 농장은 가뭄 극복을 위해 지하수를 이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물 원천을 찾아내 우물이나 굴포, 관정 (쫄장) 등의 방법을 동원해 물을 공급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얕은 데서 물이 확보된다면 우물을 판다든지, 흐르는 물을 모아서 웅덩이처럼 굴포를 개발한다든지, 지하 깊은 곳에 관정을 박아 지하수 물을 끌어올린다든지 이런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양수기 등 농업용 기계가 동원돼야 하는데 국제사회 제재로 기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큰 문제라고 권 원장은 지적했습니다. 농업용 기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기름이 필요한데 국제사회 제재로 기름값이 폭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권 원장은 아직은 시장에서 농작물 가격이 안정적이지만 가뭄이 지속될 경우 곡물 수입량을 늘리지 않으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모내기 철을 맞아 “대풍작은 또 하나의 핵폭탄”이라며 모든 힘을 농사에 쏟자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은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사설에서 모내기는 절대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영공 공정이라며, “전당, 전군, 전민이 한결같이 떨쳐나 모내기를 최적기에 질적으로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통상 3월 중순부터 모판에 볍씨를 파종해 모를 키우고 5월 초부터 모내기를 시작해 5월 말에서 6월 중순 마무리합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일성∙김정일을 ‘명예농장원’으로 등록한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농장에서 10일 올해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