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월급 90% 상납"

말레이시아 파견 노동자 출신의 탈북자 이철호 씨(왼쪽) 가 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월급의 90%를 상납했다고, 현지에서 일했던 탈북자가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들 노동자들에게 대사관 유지비도 부담시켰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매일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현지에서 일했던 탈북자 이철호 씨가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철호] “보통 12시간 이상은 일해요. 휴일은 명절 때, 외국 명절이 아니고 북한 명절, 4.15, 2월 16일, 그 때 하루 쉬는 거죠. 그런데 쉴 때도 있고 안 쉴 때도 있어요. 왜냐하면 회사 측에서 일하라고 하면 해야 되니까”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 씨는 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하루 2시간이나 4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한 날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했고, 1년에 쉬는 날이 모두 합해 열흘 정도 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1997년 처음 말레이시아에 파견됐던 이 씨는 2000년도에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가 2010년 탈북할 때까지
그 곳에서 일했습니다.

주로 말레이시아 사라왁 주에서 일했던 이 씨는 당시 북한 노동자 약 700명이 광업과 주택건설, 도로공사 등에 종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북한 노동자들이 이처럼 쉬는 날 없이 일했지만 월급의 10%도 갖지 못하고 나머지는 당국이 가져 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철호] “어쨌든 90%는 바친다고 생각하면 돼요. 저 같은 엔지니어는 (회사에서) 3천불 받으면 저는 150불 가지고 나머지는 국가에 바친다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이 씨는 당시 지배인이 200달러, 당 비서가 190달러, 매니저가 150달러, 그리고 일반 노동자들이 100달러의 월급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바로 북한으로 돌려보내지기 때문에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이 씨는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에게 대사관 유지비도 부담시켰다며, 이에 따라 노동자 한 명 당 연 100유로를 바쳐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생활 여건도 매우 열악했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철호] “넓이가 길이 20m 폭 3m 정도 되는 곳에서 15명이 같이 자는 거죠. 위생시설은 야외에다 나무로 만들어놓고 거기서 하는 거죠.”

이밖에 이 씨는 공사 중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있고, 다쳐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수는 1년에 2-3명 정도 사망하고 10명 정도 다치는 등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