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북한의 수해지원 요청에 냉랭한 반응

북한 조선중앙TV는 13일 최근 홍수 피해 지역인 함경북도 연사군에서 근로자들이 복구 작업을 벌이는 장면을 보도했다.

북한이 최근 홍수 피해와 관련해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많은 재원을 투입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행태에 대한 비난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으로 전세계에 대항하면서 이제 홍수 재난에 대해 (국제사회에) 원조를 구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신문이 지난 13일 북한의 홍수 피해 소식을 전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이 신문은 북한 당국이 홍수 피해에 대해 국제기구들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원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지난달 29일에서 이달 초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홍수가 “해방 후 처음 있는 대재앙”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북한 외무성이 14일 평양주재 아시아 나라 외교관들을 초청해 “핵무장을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겠다”면서도 “큰물 (홍수) 피해 사업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 신문은 14일 “김정은 정권이 수 억 달러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허비하면서 홍수 피해 지원을 국제 구호기구들에 구걸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신문은 특히 북한이 지난 9일 핵실험 실시 닷새 전에 유엔 구호기구들에 긴급 지원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며, 김 씨 정권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이 입수한 이메일에 따르면, 북한은 지원에 대한 분배감시를 허용하면서도 모든 지원 물품은 평양을 거쳐야 하고, 두만강을 통한 지원은 예외지만 지원 규모를 본 뒤에 허가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워싱턴 타임스’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핵 시설과 핵무기 제조에 적어도 15억 달러를 투입했다며, 이 돈을 홍수 피해를 줄이는데 사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 역시 14일 홍수 피해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 당국이 해방 후 처음 있는 재앙이라고 밝혔지만 이런 긴급 사태가 북한 매체에서는 주요 소식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 부대 산하 농장 방문을 주요 소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많은 나라 지도자들이 자국민의 민생 개선보다 권력 유지에 더 집착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반 총장은 “여러 나라의 어려움들이 국민이 아닌 지도자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지도자들은 국민을 지배하고 대부분 부패했으며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14일 한국 등 과거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했던 나라들이 대북 지원을 더욱 꺼리고 전했습니다.

이들 나라 정부들은 북한 정권이 국가 재원을 핵무기 프로그램에 허비하는 것을 비난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