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보건환경 차이 심각…연구·개발 지원 필요"

지난 9일 워싱턴 DC 연방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신희영 통일의학센터장이 북한 보건의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 이후 남북한의 보건환경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 외에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과 교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특히 남북한이 공동으로 의료 연구를 진행한다면 노벨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국의 북한 의료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서울대 통일의학센터 신희영 소장은 현재 남북한의 보건환경 차이가 매우 심각하다며, 교류와 협력을 통해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 소장은 지난 9일 ‘세계적 건강 불균형과의 전쟁’을 주제로 세계한인의사회 (WKMO)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설명하며, 특히 남북한의 질병 차이가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 “Disease pattern is very different. In Korea, the disease has been changed very quickly, but disease patter in North Korea is like the same in 1980s in South Korea. Most of the infectious disease….”

북한 내 질병은 1980년 대 남한에서 발생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며, 북한은 세균성 질환, 남한은 바이러스성 질환이 많다는 겁니다.

신 소장은 남북이 서로 반대 환경에 노출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 “if this kind of difference continues, and if unification occurs abruptly, there will be a great disasters between North and South…”

만약 갑자기 통일이 된 뒤 남쪽의 바이러스 질환이 북한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북한 어린이 절반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남한의 젊은층도 북한에서 흔한 말라리아와 결핵 같은 질환에 면역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신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신 소장은 특히 지난 2012년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가 북한 어린이 7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천일염이나 해산물에 포함된 요오드를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병으로, 이 병에 걸리면 성인이 돼도 키가 140cm 를 넘지 못하고 지능지수도 10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 소장은 “요오드 결핍으로 신체적으로 뒤처진 북한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통일이 되고 나서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에 단순히 의료시설과 치료약 등을 지원하는 것 보다는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신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한 의료진이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신 소장은 북한을 갈라파고스 섬에 비유하며, 천연물이 가득한 보물섬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 “북한 백두산에는 굉장히 독특한 천연물이 많아요. 이러한 것을 가지고 우리가 새로운 약을 만들 수 있어요. 저희가 북한 논문을 봤는데, 북한에는 이미 이러한 약을 가지고 환자에 써본 경험이 많이 있어요. 이러한 것은 남쪽에서는 하기 힘든 임상실험이죠. 그런데 결과를 이미 갖고 있으니까 그 중에 효과있는 것을 빨리 찾아서 남한의 현대적 기법을 이용해 약품화 한다면 경제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거죠.”

북한의 천연물과 의료진이 지금까지 연구해온 자료, 그리고 남한의 기술력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의료 기술과 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 소장은 남북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10가지 연구 분야를 제시했습니다.

[녹취: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 “So we made this kind of program. We selected most 10 priority R&D projects. First is Rapid Molecular Diagnostics Systems for MDR-TB….”

한국에서 개발한 다제내성 결핵 진단 기계를 북한 환자들에 시험해 보는 연구, 북한 당국이 B형 간염환자들을 제대로 진단, 관리하는 방안, 백두산에만 있는 천연물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연구 등이 포함된다는 설명입니다.

신 소장은 또 소아백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연구를 북한과 함께 진행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 "북한은 골수성 백혈병이 훨씬 더 많아요. 그래서 많은 게 왜 많은지를 역학조사를 하면서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연구하면 감염과 백혈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찾아낼 수 있죠. 그게 되면 노벨상 감이 되는 거죠."

신 소장은 남북한이 이들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한다면 10년 안에 노벨상 수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