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미국 연수 탈북학생들 "한인들과 약속 지키고 싶어요"

한국 외교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등이 마련한 미국 방문 프로그램에 참가한 탈북 학생들(노란 옷)이 재외동포 교장선생님이 운영하는 LA의 한 중학교를 방문했다.

매주 화요일 화제성 뉴스를 전해드리는 ‘뉴스 풍경’시간입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 학생들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과 한국 내 탈북자들의 정착지원을 돕고 있는 남북하나재단 등이 마련한 미국 방문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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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오디오 듣기] 미국 연수 탈북학생들 "한인들과 약속 지키고 싶어요"


“미국에서 만난 한인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미국에 돌아가서 꿈을 이루고 싶어요.”

최근 미국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탈북 중학생 한대남 군은 장차 자신이 미국에서 꿈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눈 깜짝 할 새 지나간 미국에서의 시간이었지만 이 학생에게는 미래에 대한 꿈과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2008년 가족과 함께 탈북 해 한국에 정착한 한 군은 탈북자 정착지원관련 단체에서 일 해본 경험이 있는 형의 권유를 받고 미국 연수 프로그램을 신청했습니다.

현재 서울 삼일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한 군은 과거 북한에 있을 때 미국에 대한 좋지 않은 교육을 받았지만 지난 5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미국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대남] “넓은 미국 땅이 멋졌어요. 되게 설렜죠. 미국에 있는 도시를 방문하니까, 다양한 인종이랑 있는데,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신기 하고..”

한 군은 수많은 학생 중에 자신이 미국연수자 최종명단에 뽑힌 것이 큰 행운이었다며 자신이 탈북자 출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느끼는 바가 남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대남] "어렸을 때부터 북한에서 살다 보니까, 살기 힘든 거 많이 경험해 보니까, 북한에서 온 애들은 한국아이들 보다 더 성숙하고, 더 넓게 생각도 의식도 틀리고..”

10살도 안된 나이에 사촌 누나와 함께 2012년 탈북한 박권 학생은 서울 고려중학교 2학년 학생인데요 "뭐든 멋질 거란 기대"를 하고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박 군은 미국의 놀이공원인 디즈니랜드에 갔던 기억과 로스앤젤레스 한인으로서 최초로 시의원이 된 데이빗 류 의원과의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박권] "미국 생활이 되게 좋았어요.스페이스 마운틴이라는 놀이기구, 스타 투어 라는 재미있는 놀이기구 탔어요. 데이빗 류 한국 최초 시의원 만나서 그 분 이야기 들은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분이 어릴 때 어떻게 미국으로 갔고, 어떻게 생활했으며..시의원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에 남아요."

이번 탈북 학생의 미국연수 프로그램은 한국 내 재외동포재단과 탈북자정착지원 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지역 기업인들의 비영리단체인 LA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이뤄진 것입니다.

일주일 간 진행된 미국 연수 프로그램은 LA지역 총영사관 방문, 그리피스(Griffith)천문대 방문, 남가주 윌셔 한국학교 일일 보조교사 체험, 한인타운 내 올림픽 경찰서 견학,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 방문, 현지 중학교 방문, 데이빗 류 시의원 면담 등으로 이뤄졌습니다.

재외동포재단 차세대 사업부 유지연 대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해외한인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 첫 번째 사례로 한국 내 소외계층 학생과 탈북자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12명의 학생들과 함께 미국 내 일정을 소화한 유 대리는 이번 연수의 목적에 대해 국내 청소년과 재외동포 청소년간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통일 한국시대를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학생들에게 양질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유 대리는 특히 한국 내 탈북 학생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에 속한다며 연수과정에서 학생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지연 대리]”낯선 환경을 좀 경계하는 모습이었어요. 본인들이 하고 싶어서 신청해서 그런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는데, 흥미를 느끼고 같은 동포로서 우리도 저렇게 하고 싶고, 그런 꿈을 키울 계기가 됐다고 애들이 이야기를 하고.”
이번 연수에 동행한 남북하나재단 탈북 청소년 장학지원금 담당 오태봉 대리는 자기 자신이 한국 정착 10년차인 탈북자라고 소개했는데요. 자신이 탈북자인 만큼 탈북 학생들의 이번 연수가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태봉] "북한에 살면서 학생들이 많은 배움도 해외에 대한 의식도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서 글로벌 인식을 갖지 않았을까, 미국 연수가 굉장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8년 동안 근무해온 오 대리는 탈북청소년들이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해외경험의 기회를 얻기 힘들다며 이번 연수가 학생들의 인생에 목표를 심어주길 희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 학생들의 이번 연수가 장차 남북 통일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연수에 실질적인 기획과 진행에 큰 역할을 한 로스앤젤레스 상공회의소 로렌스 한 회장도 학생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한 회장은 4명의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는데요. 탈북 학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일정을 짜느라 고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로렌스 한]"빌 클린턴 자서전 읽었더니. 결손과정에서 백악관 방문해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손을 잡았을 때 대통령이 될 꿈을 꿨다고 하죠..(학생들에게)큰 꿈을 우리가 심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회장은 그러면서 이번 연수의 수혜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로렌스 한]"저와 집사람이 많은 생각을 하기됐습니다.실제로는 저희를 도운 느낌을 받았습니다.아이들과 꿈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의 꿈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고요. 끝나고 상공회의소 이사진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외형 상으로 봐서는 학생들을 도운 것 같지만 실제로 우리를 도운 것이라고들 입을 모았습니다. 와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재외동포재단 유지연 대리는 이번 미국연수 프로그램은 참가자 모두에게 뜻 깊었던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해외한인사회와 한국 내 청소년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한층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