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의 추억을 예술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 전

서울시립북서울 미술관에서 열린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전시회에에 정연두 작가의 작품 '여기와 저기 사이'가 걸려있다.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추억을 작품으로 구현해 전시한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사연을 담은 작품도 전시돼 있는데요,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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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듣기] 자동차와의 추억을 예술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 전


[녹취: 현장음]

자동차는 현대인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인데요, 차에 얽힌 사람들의 다양한 추억들을 받아 12 명의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한 자동차 회사와 함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자동차에 얽힌 사연들을 토대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김채하 학예사입니다.

[녹취: 김채하, 학예사]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함께 하며, 인간의 생활과 삶의 어떤 태도를 변화시키는 우리의 동반자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 전은 서울 시립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서 자동차에 얽힌 어떤 사연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동고동락한 주인의 삶과 그 추억을 담아내거나, 자동차가 환기하는 다양한 의미나 상징 등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이 담긴 영상, 조각, 설치 작품들을 통해서 자동차와 인간의 동행, 어떤 동반적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전시회를 함께 기획한 자동차 회사에서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자동차를 폐차시킬 예정이거나 중고차로 판매할 사람들의 사연을 응모 받았습니다. 응모 받은 사연 중 8 명의 사연이 선정됐고, 그 8 명이 몰던 차들은 예술로 재탄생했습니다.

[녹취: 김채하, 학예사] “폐차를 앞둔 자동차를 가진 어떤 사연을 통해서 만들어낸 작품도 포함이 되지만, 또한 자동차라는 어떤 소재를 통해서 환기될 수 있는 어떤 다양한 문화적 차이라든가 삶의 의미도 좀 살펴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어요.”

응모 받은 사연 뿐아니라 탈북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도 전시돼 있는데요, 정연두 작가의 ‘여기와 저기 사이’입니다.

[녹취: 현장음]

[녹취: 김채하, 학예사] “1994년 탈북한 새터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진 사운드 설치작업을 선보인 작품입니다. 이 새터민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북한의 대도시인 함흥에서도 잘 볼 수 없었던 외국산 고급 승용차로 인식돼 있었는데, 1994년에 탈북해서 남한에 도착했을 때, 그런 차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풍경이 굉장히 믿기 힘들고, 문화적 충격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러한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94년 당시 대중적이었던 자동차 모델과 거리의 풍경을 촬영한 11개의 이미지를 중첩해서 하나의 프레임 안에 재구성했고요, 화면 안쪽에서는 사연을 제공한 새터민의 인터뷰 음성을 함께 재생을 시켜서, 어떤 떠나온 고향과 새로운 정착지, 그 어떤 곳에서도 온전하게 속할 수 없는 중간자로서의 인식과 함께 자동차에 얽힌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진을 아크릴 판에 배접을 시켜서요, 11개의 이미지가 이렇게 중첩이 돼 있어요. 그것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공간감 있게 보여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보시면, 자동차의 이미지, 그리고 풍경의 이미지들이 총 합해서 11가 이렇게 중첩이 되어 있는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시장 한 켠에는 작품이 된 자동차 주인들의 사연들이 소개 돼 있습니다. 박문희 작가의 ‘사막에서 핀 생명’은 노부부의 삶을 그리고 있고, 박재영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사연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녹취: 김채하, 학예사] “이 작품은 박재영 작가의 ‘다운라이트 메모리 시뮬레이터’라는 작품인데요, 사연자의 어머니가 물려주신 자동차를 가지고,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장치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 장치에 사람이, 관람객이 실제로 들어가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운 어떤 냄새, 함께 다녔던 거리의 영상들이라든가 그런 어떤 것들이 공감각적으로 표현이 되면서 그리움에 대한 그런 것들을 불러 낼 수 있는 시뮬레이터 장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곳에 전시된 자동차들은 한국의 산업화를 상징하기도 하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자동차가 기계가 아닌 삶의 동반자이자 추억의 일부라는 것을 느낄 수도 있는데요, 관람객들의 얘깁니다.

[녹취: 관람객] “부모님들의 삶이, 힘들게 살아오신 거 그런 것들을 차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과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부분인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자동차와 사람과의 연결을 시켜서 사람의 어떤 에피소드를 어떤 작품으로 표현하고 전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었고요.”

“이 차들을 보니까, 우리 가족의 첫 차, 그리고 제가 제일 처음에 운전했던 차, 이런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또 정연두 작가의 ‘여기와 저기 사이’를 통해서는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도 엿볼 수 있습니다.

[녹취: 관람객] “그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함흥냉면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자동차들이 이렇게 있거든요. 그래서 아마 그 새터민 분께서 함흥이라는 지역에 있는 그 곳과 자동차가 있는 곳과의 어떤 경계선에서 어떤 낯섦을 느낀 게 아닌가 싶고요.”

“탈북민이 본 차의 어떤 느낌, 이런 사연이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도 어떤, 남한에 와서 이 차를 보면서 여러 가지 느낀 생각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그 탈북자의 눈에는 이 차나 우리 남한의 모습이 이렇게 비쳤구나, 이런 생각으로 비쳤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고요.”

[녹취: 현장음]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 전은 오는 21일까지 서울 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