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폭로 문건, 중국 지도자 친인척들 포함...베트남 신임 총리 취임

6일 중국 베이징의 신문 가판대에 진열된 신문 전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식목 행사 사진이 실려있다. 중국 당국은 조세회피 폭로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와 관련된 보도를 일체 차단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파나마 법률회사의 조세회피 폭로 자료에 중국 최고위층 지도자들의 친인척 이름도 상당수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트남 신임 총리가 행정 개혁과 국민 생활 개선 등을 주요 목표로 꼽았습니다.

진행자) 먼저 파나마 조세회피 자료 폭로 사태 관련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파나마에서 유출된 문건들이라서 ‘파나마 페이퍼스’ 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중국 최고위층 지도자들의 친인척 이름이 대거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기자) ‘파나마 페이퍼스’의 문건 내용들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중국도 마찬 가지입니다. 특히 이번에 문건이 유출된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고객 중 중국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앞서 알려진 시진핑 국가주석의 매형을 비롯해 중국 최고위 지도층 친인척들도 여럿 포함돼있습니다.

진행자) 누가 있습니까?

기자) 중국 핵심 권력집단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3명의 친인척 이름이 들어있는데요. 시 주석과 함께 장가오리 상무위원과 류윈산 상무위원 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시 주석의 매형은 모색 폰세카를 통해 조세피난처로 악명 높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페이퍼컴퍼니는 말 그대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인 기업 활동은 없는 회사입니다. 합법적인 목적으로 설립하기도 하지만, 조세 회피나 자금 세탁, 은닉 같은 불법 활동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진행자) 조세피난처는 그런 페이퍼컴퍼니를 세워서 세금을 회피하기가 쉬운 곳들을 말하죠?

기자) 시 주석의 매형이 역외기업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외에도 버뮤다, 케이먼 제도, 이번에 유출된 문건을 작성한 법률회사가 있는 파나마 등이 조세피난처로 악명 높은 곳입니다. 이런 곳은 기업 유치를 명목으로 세금을 현저히 낮추거나 면제해 주고 단속도 어려워서, 조세 회피나 자금 세탁 등 불법 활동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자) 중국 장가오리 상무위원과 류윈산 상무위원 친인척 이름도 이번 폭로 자료에 나온다고요?

기자) 장 상무위원의 사위 역시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한 역외 기업 3곳의 주주였던 것으로 드러났고요. 류 상무위원의 경우 며느리가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한 투자회사의 간부이자 주주로 활동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이번 폭로 자료를 분석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들 3명 외에도 중국 공산당 전, 현직 지도부 8명의 친인척이 파나마 문건에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칭린 전 정협 주석의 손녀와 리펑 전 총리의 딸, 그리고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가 소유했던 별장 관련 회사도 폭로 자료에 나옵니다.

진행자) 구카이라이도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지 않았었나요?

기자) 구카이라이는 영국인 닐 헤이우드와 사업적 갈등이 커지자 독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가,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는데요. 구카이라이는 별장을 구입하면서 자신의 소유라는 점을 숨기기 위해 모색 폰세카를 통해 설립한 회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웠고, 살해된 헤이우드는 이 회사의 매니저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많은 중국 전, 현직 지도부의 친인척들이 폭로 자료에 들어있는데, 중국 정치권에 파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

기자) 지켜봐야겠지만, 이번에 친인척의 이름이 나온 중국 지도자들도 큰 문제 없이 이번 사태를 넘길 거란 관측이 많은데요. 우선 중국 정부는 이번 파나마 조세회피 자료 관련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관련 기사나 댓글이 삭제됐고, 중국 내에서 관련 검색어의 검색도 차단됐습니다. 앞서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폭로 자료에 대한 질문에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논평 자체를 거부했었는데요.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브리핑 자료에는 이런 언급 내용 조차 삭제됐습니다. 특히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지도부 친인척들이 실제로 불법 활동을 저질렀는지 여부는 당국의 조사가 있어야 확인할 수 있는데, 중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통제하면서 전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이번 폭로 사태로 이미 사임한 지도자도 있다고요?

기자)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파나마 문건이 폭로된 지 사흘 만인 어제(6일) 전격 사임했습니다. 귄로이그손 총리는 부인과 함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조세 회피 목적의 회사를 차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이 회사를 통해 부동산을 구입하고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총리 본인은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부인했지만, 연일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이번 파나마 문건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과 파키스탄 총리, 우크라이나와 아르헨티나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의 이름도 들어있는데요. 모두 불법 활동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최측근을 통해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음모라면서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자료가 어떻게 폭로됐지도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죠?

기자) 이번 자료는 익명의 제보자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에 제공한 것인데요. 파마나의 최대 법률 회사 모색 폰세카에서 40년간 작성한 문건 1천150만 건을 담고 있고, 세계 21만5천 개 기업과 1만4천 명 개인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차이퉁은 워낙 방대한 양이라 혼자 처리하기는 불가능했고, 미국 워싱턴에 있는 비정부 기구인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로 보냈는데요. 이후 전세계 80개국 400여 언론인들이 참여해서 금융자료를 분석했고, 1년여 만인 지난 3일부터 내용이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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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번엔 베트남으로 가보겠습니다. 새 총리가 취임했군요?

기자) 어제(6일) 베트남에서 10년간 집권했던 응우옌 떤 중 총리가 물러났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오늘(7일) 베트남 국회에서 응우옌 쑤언 푹 부총리를 총리로 선출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총리는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에 이어 권력서열 3위의 자리지만, 행정부를 맡고 있어서 영향력이 큽니다.

진행자) 푹 신임 총리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푹 신임 총리는 1954년 생인데요. 하노이 국립경제대학교를 졸업했고, 고향인 꽝남성 기획투자국장을 지내면서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경제관리학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국회의원과 총리실 장관을 거쳐 지난 2011년부터 부총리를 맡았었습니다. 푹 총리는 앞으로 5년간 베트남 행정부를 이끌게 됩니다.

진행자) 푹 총리가 오늘 총리로 선출된 후 취임 연설을 했는데, 어떤 발언을 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푹 총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특히 새 정부는 행정 개혁, 우호적인 기업환경 조성, 반부패, 영토주권 보호 등에 초점을 맞추고 국민 생활 개선에도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전임 총리의 개방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불거진 부도 사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할 거란 분석입니다.

진행자) 전임 응우옌 떤 중 총리가 사임한 데도 부도 사태가 이유로 작용했다는 관측이죠?

기자) 중 전 총리는 지난 10년간 베트남의 개방과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대형 국영 기업들의 부도 사태가 발생하면서, 당 내에서는 사퇴 압력을 받았습니다. 중 총리는 지난 1월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최고 실권자인 당 서기장직에 도전할 거란 관측됐지만, 포기하면서 권력 투쟁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외부 전문가들은 개방에 대한 보수 세력의 반발, 또 당 내 권력 경쟁도 중 전 총리가 물러나는 이유가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영 기업들의 부도 사태도 중 전 총리 혼자의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구촌 오늘’ 김근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