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북한 고문 피해자 소개

지난 2012년 북한 수용소 감독원 출신 탈북자 김혜숙 씨가 그린 그림을 유엔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이 고문 피해자를 위한 자발적 기금을 만든 지 올해로 35주년을 맞습니다. 세계 각국의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한 이 기금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최근 ‘유엔 고문 피해자를 위한 자발적 기금’ 설립 35주년을 맞아 이 기금의 활동을 소개하는 홍보책자를 발표했습니다.

‘공포에서 치유로’라는 제목의 이 책자는 고문의 정의에서부터 고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치유가 중요한 이유, 그리고 실제 피해자들의 고문 사례와 치유 과정 등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 서울에 정착한 탈북자 김모 씨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에 있을 때 경제난 때문에 김일성 주석이 하사한 텔레비전을 시장에 내다 판 혐의로 체포돼 고문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2005년에 5개월 반 동안 공안요원 4 명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공안요원들이 머리와 다리를 발로 차고, 뜨겁게 달구어진 쇠막대로 다리를 지지는가 하면 15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후 감옥으로 이송된 김 씨는 하수도를 통해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하수도의 독성물질에 중독됐다고 말했습니다.

영양실조 상태였기 때문에 각종 병균에 오염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몇 달 동안 앓아 누울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마침내 건강을 회복한 김 씨는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했고, 이어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한국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 악몽에 시달렸고,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잠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에 갇혀 있을 때 많은 피를 흘린 탓에 빈혈증이 생겼고, 심장과 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한국에서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상담 전문가들을 소개받았고, 이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김 씨가 북한에 있을 때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는 말을 듣고 치료의 일환으로 춤을 이용했다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김 씨가 분노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전문가들은 김 씨에게 몸의 움직임을 통해 분노를 표현하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이 같은 치료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53살인 김 씨는 마침내 한국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됐고, 한국사회에 통합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은 지난 1981년 총회 결의를 통해 고문 피해자를 위한 자발적 기금을 신설했습니다.

이 기금을 관리하고 있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고문 피해자들에게 의료 치료와 정신과 상담, 사회적, 법률적 지원을 제공하는 전세계 630개 기관에 1억6천80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