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잡지 '영국 정착 탈북자들, 정신적 외상 고통'

영국 런던의 의회 건물. (자료사진)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아직도 과거의 힘든 경험에서 비롯된 정신적 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국의 유력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언어 장벽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11일, 영국 런던의 탈북자 사회를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잡지는 런던 교외의 뉴 몰든 지역이 한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탈북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많은 탈북자들이 이 지역에 도착해 현재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탈북자가 약 650명에 달하며, 난민 지위를 얻는 데 실패한 탈북자까지 합치면 그 수가 1천 명에 가깝다는 겁니다.

잡지는 이들 가운데 영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자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는 과거의 힘든 경험에서 비롯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시 북한 당국에 붙잡힐 수 있다는 우려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탈북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인터뷰에 응한 많은 탈북자들이 이름을 공개하기를 거부했고, 살아온 이야기 가운데 일부를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등 두려움을 표시했다고, 잡지는 전했습니다.

언어 장벽도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민 당국자들과 의사 소통을 할 수 없고, 일자리도 식당종업원이나 식료품가게 보조 등 허드렛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들은 그러나 최소한 영국에서 태어난 2세 어린이들은 북한의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삶을 모르고 살게 될 것이란 사실에 위안을 얻고 있다고, 잡지는 보도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탈북자 단체인 ‘국제탈북민연대’의 김주일 사무총장은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제로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겪은 아픔이나 탈북하다가 체포돼서 강제 북송됐던 경험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주일 사무총장] “잠을 자거나 꿈을 꾸거나 할 때 아직도 북한에서 살던 당시의 모습이 꿈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꿈 속에서 북한 보위부나 경찰에 추격을 당하는 꿈 같은 것에 시달리는 분들도 계시고…”

김 사무총장은 런던의 북한대사관이 탈북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불안심리도 탈북자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언어와 문화 장벽 등 때문에 영국에서의 삶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에서의 삶만큼 어렵고 힘든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김주일 사무총장] “다르고 어려울 뿐이지 북한 같이 절망적이거나 삶을 포기할 정도의 북한 같은 생활이 아니기 때문에 영국 생활을 굳이 비교를 한다면 천국에 못지 않을 생활이라고 모두들 이야기 하는 거죠”

김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많은 탈북자들이 영국으로 왔다며, 하지만 영국 정부가 지문을 채취해 한국 정부의 조회를 거치는 등 심사를 강화하면서 영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탈북자 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