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얼빛 아리랑', 한민족 수난사 굿으로 재해석

한민족의 수난사를 아리랑과 굿으로 풀어낸 새로운 연극 '얼빛 아리랑'이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오는 31일까지 공연된다. 사지은 프레스콜 장면.

한민족의 역사와 아리랑에 담긴 정신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연극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오디오 듣기] 연극 '얼빛 아리랑', 한민족 수난사 굿으로 재해석

[녹취: 현장음]

외세의 침탈과 지배층의 수탈, 일제 식민통치, 분단에 이르는 한민족의 수난사를 아리랑과 굿으로 풀어낸 새로운 연극 ‘얼빛 아리랑’이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녹취: 현장음]

얼빛 아리랑은 삼신할미가 탄생시킨 아, 리, 랑, 얼, 쑤. 다섯 명의 아이들이 외세와 지배층의 침탈 등 민족 수난사 속에서 민족혼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제작과 출연을 동시에 맡은 혼불할미 역의 김혜련 씨는 ‘한민족의 근성을 뽑아내는 민족적 연극, 또 젊은이들이 꼭 봐야 할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혜련, 제작자 배우]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매일 소위 인텔리겐치아, 연극하시는 모든 연출가, 비평가가 이런 거를 하는 거를 내가 봤는데 우리 것이 아니라 공감을 못 얻겠고, 그리고 지금 우리는 분단국가고 또 하나는 우리 속에 이런 좋은 소재들이 있어가지고, 이거를 세계화시킬 게 있잖아요. 우리의 정신, 얼이 ‘알’이다. 알이 빛이 들어가면 얼이 돼요. 알이 빛이 안 들어가면 알이 썩죠. 그런데 그게 얼에 빛이 들어가면, 그 얼은 마음에 빛이 들어가면 그 알은 생명을 품어요.”

[녹취: 현장음]

한국 굿 예술의 선구자인 무세중이 직접 쓰고 연출한 얼빛 아리랑은 연극 형식을 기초로 음악과 춤, 미술이 어우러지는 서사 가무극인데요. 대사 역시 시적으로 전개합니다. 중국을 표현하는 역할을 맡은 배우 기정수 씨는 이 작품이 워낙 방대하고 어려워 보이는데다 이해가 쉽지 않아 계속 고사하다가 배우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작품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녹취: 기정수, 연극배우] “중국이라는 그 사대당국을 표시하는, 그러니까 뭐 꼭 중국이다, 이렇게 나오진 않는데 누구든지 이렇게 보면 아, 저 인물은 중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로구나. 그렇게 알 거예요. 대개 리얼리즘 연극을 위주로 했었던 사람이라서 처음에 이 작품을 보고서는 몇 번 안 하려고 했었어요. 워낙 그 무세중 선생이 갖고 있는 철학 같은 게 너무 현대와 과거와 또 당신의 사상과 아리랑의 어떤 느낌이 범벅이 돼 가지고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자꾸 이렇게 연습을 하면서 보니까 ‘아, 말씀하시고자 하는 게 이런 뜻이었나 보다.’라고. 이 젊은 친구들이 뭐 산 같은 데서 두 달 동안 연습을 하셨다는데, 그 분들의 눈동자와 그 분들의 그 움직임을 보면서 아, 내가 이거 피해서는 안 되겠구나.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녹취: 현장음]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전위예술가 무세중 씨는 지난 1958년부터 지금까지 통일, 환경, 민주를 주제로 펼친 행위예술가인데요, 그는 이번 작품에 외세의 침탈과 지배층의 수탈, 일제 식민통치, 분단에 이르는 민족 수난사 속에서도 아리랑을 부르며 민족혼을 지켜낸 백성들의 삶과, 천지인 사상을 배경으로 한 포용, 극복, 도약의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야기의 흐름 보다는 한국 고유의 문화예술인 굿을 연극에 차용한 상황극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녹취: 현장음]

이 작품에서 일본인의 역할을 맡은 배우 엄경환 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엄경환, 연극배우] “저는 한국 사람으로서 이거 우리 민족이 이렇게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지금 현재 진행 상황이라는 걸 느끼고 나선 더 괴롭더라고요. 최근에 일본의, 정신대 할머니들 문제라든가 그런 굴욕적인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것도 저는 진행형이라고 보는 거죠. 아직도.”

분단사 부분에서는 미국인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미국인의 역할을 맡은 배우 김춘기 씨 입니다.

[녹취: 김춘기, 연극배우] “저는 아리랑이라는 작품을 미추에서 1990년에 36개 지역을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때 1991년에 소련하고 다시 문화 그게 (수교) 성립이 됐는데, 그 전에 문화사절단 같이 갔다 왔죠. 그런 강제, 중앙아시아로 우리 국민들을 스탈린이 강제 이주시킨 그 작품의 아리랑과 이 아리랑은 다르긴 다른데, 아리랑도 여러 가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녹취: 현장음]

얼빛 아리랑은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펼쳐집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