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

미국 뉴욕시 할렘가의 히스패닉 가게. (자료사진)

미국 주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히스패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와 함께 합니다.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청취자 여러분께는 다소 생소한 말일 듯 한데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꽤나 익숙한 말, 특히 선거와 관련해 부쩍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이 ‘히스패닉’이라는 말입니다. 미국은 잘 아시다시피 여러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다인종 국가 아닙니까? 백인, 흑인, 아시아인 하는 것처럼 히스패닉도 인종을 구분하는 하나의 용어입니다.

진행자) 그럼 히스패닉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네, 원래 히스패닉이라는 말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와, 이베리아 반도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라틴어에서 유래하는데요, 미국에서는 1970년대 제정된 법으로 이 ‘히스패닉’의 개념을 두 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스페인어와 스페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종이라는 건데요. 과거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중남미 대륙의 멕시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쿠바, 에콰도르, 페루 같은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진행자) 그럼 다른 또 하나는 뭔가요?

기자) 네, 이건 훨씬 더 간단합니다. 현재 미국 인구 조사국이 쓰고 있는 방법인데요. ‘누가 히스패닉이냐 ?' 이 질문에 자기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히스패닉이라는 겁니다. 반대로 아니라고 말하면 아니라는 거죠. 예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멕시코에서 이민 온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히스패닉인가요? ‘ 이렇게 물어오면 인구 조사국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렇다고 말한다면 그렇습니다.’

진행자 ) 그러면 당사자가 아니라 부모가 멕시코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사람들인 경우라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히스패닉이라고 말하면 나는 히스패닉입니다. 할어버지가 스페인에서 태어났고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해도, 또는 엄마는 칠레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미국 뉴욕 사람, 그리고 나는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났어도 내가 히스패닉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히스패닉이라는 거죠.
자,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릴게요,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어느 인종에 속할까요?

진행자) 아버지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도 그렇고, 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그렇고, 어머니 바바라 부시 여사까지 모두 백인들 아닙니까 ? 백인이겠죠?

기자) 네, 미국은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다인종 국가다 보니까 한 집안을 죽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순수백인혈통을 찾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겉보기엔 파란 눈에 금발을 가진 백인 청년이지만 들여다 보면 독일인 혈통과 멕시코인 혈통이 섞인 경우도 있죠. 하지만 일단 보편적으로 생각할 때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백인종에 속합니다. 당연히 젭 부시 후보도 백인이죠. 그런데 젭 부시 후보가 지난 2009년 유권자 등록을 하면서 자신의 인종을 ‘히스패닉’이라고 표시한 게 얼마 전 언론에 보도돼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젭 부시가 실수로 잘못된 칸에다 표시를 했다는 소린가요?

기자) 당시 그런 사실이 보도되자, 젭 부시는 실수였다고 밝혔는데요, 젭 부시가 정확히 어떤 의도로 그렇게 표시했는지는 모르지만, 젭 부시가 자신의 정체성을 ‘히스패닉’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실 완전 틀린 것도 아닙니다.


진행자) 그럼 앞서의 경우처럼 선조가 히스패닉이 아니어도 히스패닉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법은 예를 들어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태어난 남성이 엘살바도르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 이 남성이 자신을 히스패닉이라고 말한다면 히스패닉이라는 겁니다. 젭 부시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거죠. 젭 부시는 텍사스 출신인데 멕시코 여성과 결혼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만약 태어나긴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는데 텍사스에서 자란 사람이 있다고 할 때요, 이 사람이 자기는 히스패닉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닙니다. 인구 조사국은 이 사람을 히스패닉으로 치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미국의 인종을 이야기 할 때 라티노라는 말도 많이들 하는데요, 그럼 라티노는 히스패닉과 다른 겁니까?

기자) 네,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을 부를 때 라티노라고 합니다. 라티노는 남성, 라티나는 여성, 이렇게 더 친절히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한 때 세계역사에서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두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주름잡던 시대가 있었죠. 이 두 나라가 중남미 대륙을 점령하고 식민지로 만들면서 라틴 문화를 심었는데요, 그렇게 해서 생겨난 나라들이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입니다. 중미 대륙의 멕시코, 쿠바부터 저 남미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중남미 대륙에 있는 모든 라틴문화권 국가들이 다 해당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중남미 국가 사람 출신 사람들을 일컬어 라티노라고 하고, 그 가운데서 특별히 스페인 어를 쓰는 사람들을 일컬어 히스패닉이라고 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고 포르투갈 말을 하는 브라질 사람들을 부를 때 라티노라고 하고 히스패닉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막상 구분하기가 모호할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조차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요. 관공서 서류에도 히스패닉 또는 라티노 라는 식으로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많은 중남미 출신 사람들이 히스패닉보다는 라티노라고 불리는 걸 더 선호한다고 하는데요, 지난 2009년,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 출신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돼 언론을 장식했던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도 부모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니까 굳이 구분하자면 히스패닉인데요, 하지만 판사시절 본인을 라티나로 소개해왔다고 합니다.

#sting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히스패닉'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인구에서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미국 인구 조사국에 따르면 2013년 7월 현재, 히스패닉 인구는 약 5천 4백만명에 달합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하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의 흑인 인구보다 많은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2013년 조사 결과, 미국 내 흑인은 4천5백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1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해 조사에 따르면 3억 1천만명 미국 전체 인구가운데 백인이 약 2억명으로 가장 많고요, 2위가 히스패닉, 그리고 3위가 흑인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히스패닉 파워'라는 말도 나오고 있고요, 미국의 여러 주들에서 공항이나 지하철 안내 방송 등에 영어와 스페인어를 함께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주입니다.

진행자) 그러다 보니 선거에서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위치도 점점 더 커지겠군요.

기자) 당연합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 유권자의 한 표를 갖는 게 중요하니까요. 미국의 유력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신문도 얼마전 내년 대통령 선거는 라티노, 히스패닉 표에 달렸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정치권에서 보면 사실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은 18살이 되면 투표권을 얻는데요, 18살이 돼 투표권을 얻는 라티노들이 해마다 80만명에 달합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을 때도 히스패닉의 힘이 크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도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이 접전을 벌이게 될 이른바 경합주 들에서 이들의 표를 얼마나 얻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런 경합 주 가운데 하나로 네바다 주가 있습니다. 네바다 주의 경우, 히스패닉 인구가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하고 있고요,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는 16%에 이릅니다. 전통적으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선호하고 있고요, 또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민주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보니 히스패닉의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들의 경쟁도 치열하겠네요?

기자) 그렇죠. 몇몇 주요 후보들만 보자면,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우, 지난 주말에도 1만2천명의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모아놓고 이민 옹호 정책을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고요,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경우, 쿠바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앞서 말씀드린 젭 부시 후보는 실수라 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히스패닉으로 표시할 만큼 이들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과연 내년 대선에서 이들 히스패닉의 마음이 어느 후보에게로 향할지는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히스패닉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