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사태, 해외 북한 노동자 착취 고용주 대응 첫 사례

카타르 움 살랄 모하메드의 북한 근로자 숙소. (자료사진)

중동국가 카타르의 건설회사가 노동착취 등을 이유로 북한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했습니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주가 직접 행동에 나선 첫 사례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카타르의 유명 건설회사인 CDC (Construction Development Company)가 지난 4일자로 자사가 고용한 북한 건설노동자 192 명 중 90 명을 해고했습니다.

`VOA’가 입수한 CDC와 북한 당국자들 간 회의록에 따르면, 이 회사는 북한 감독관들이 노동자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하고 안전 절차를 무시하는 등 노동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점이 해고의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CDC는 북한 측이 계속 근로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결과 최근 노동자 한 명이 숨지는 사태까지 생겼으며, 카타르 당국자들과의 사이에서도 매우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회의에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해외에 파견된 자국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에 대해 고용주 측이 대응한 첫 사례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연구기관들은 해외 송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습니다.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최고 16시간씩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평균 120 달러에 불과한 등 착취가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송환하겠다는 협박도 끊임없이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강제노동을 통해 북한 당국은 연간 12억에서 24억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미 하원 청문회에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킹 특사] "I would call it bad and I would call it something we need.."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가족들이 북한에 남아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마음대로 일자리를 바꿀 수도 없는데다, 임금의 극히 일부분만 받는 등 극도로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킹 특사는 북한 당국이 세계인권선언이나 국제노동기구 ILO의 노동규정 등 국제적 의무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재무부를 중심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돈을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 제재 위반에 해당되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도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3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북한 노동자 실태에 관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외 북한 노동자 문제가 점점 더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제는 실제 상황이 어떤지 분명하게 밝힐 때가 됐다는 겁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또 해외 북한 노동자 대다수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를 위해 방문을 허용해줄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북한인권 단체 ‘NK 워치’는 지난해부터 해외 노동자 출신 탈북자 13명을 심층 인터뷰해 작성한 청원서를 유엔 현대판 노예제도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했습니다. 이 단체 안명철 대표입니다.

[녹취: 안명철 대표] “노예제도 특별보고관은 해당 국가를 가서 조사할 수 있습니다. 파견된 국가를요. 실제 조사가 가능하고요. 북한 정부가 ‘노’라고 해도 실태 파악이 가능하고요, 파악한 현황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를 하게끔 제도가 돼 있습니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기업들의 추가 행동이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