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학생방지법

지난 2006년 미국 메릴랜드주 노스글렌초등학교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낙제학생방지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낙제학생방지법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최근 미국 상원이 미국 교육정책의 핵심인 ‘낙제학생방지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법안을 상정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이 ‘낙제학생방지법’ 어떤 법인가요?

기자) 네, 낙제학생방지법은 영어로 No Child Left Behind Act 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뒤처지는 학생이 한 명도 없도록 하자는 법입니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 발효된 이 법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우선 기초과목의 연례평가를 하는데요. 전국 공립학교 3학년에서 8학년 학생들은 매년 그리고 고등학교 때 1번 더 읽기와 수학 표준고사를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인종과 소득, 장애 그리고 영어 미숙자별로 분류해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는데요. 보고서에는 시험성적은 물론이고 학교 평균과 교사 평가 등이 다 포함됩니다. 그런데 만약 학생들의 성적이 저조하면 해당 학교와 교육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깎이는 등 제재를 받게 되고요. 또 학생들의 성적이 계속 떨어질 경우 해당 교사는 해고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교와 교사가 바짝 긴장해야 하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보통 낙제를 하는 학생들은 흑인이나 중남미계 또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은데요. 낙제학생방지법은 바로 이런 소수계 학생들이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야기만 들어서는 아주 이상적인 법인데요. 하지만 낙제학생방지법은 그동안 계속 논란이 돼 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논란이 된 이유를 하나씩 설명해보죠. 우선 매년 치르는 표준고사의 경우 학생들을 똑같은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이었습니다. 똑같은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할 수 없다는 거죠. 그리고 표준고사를 치르게 되면 시험 성적을 잘받기 위한 교육이 될 텐데 이는 다양한 경험과 실험을 중요시하는 미국 교육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진행자) 특히 학생 성적으로 교사를 평가하다 보니 교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낙제학생방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 학생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느냐가 아니라 절대적인 시험 점수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한 교사가 5학년을 가르치고 있는데 읽기 실력이 1학년 수준밖에 안 되는 학생을 4학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교사는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칭찬받을 만하죠? 하지만 낙제학생방지법에서 보면 이 교사는 이 학생의 수준을 5학년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했으니까 능력이 모자란 교사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바로 이런 압박감 때문이겠죠? 낙제학생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성적 조작과 같은 추문도 몇 차례 있지 않았나요?

기자) 네 있었습니다. 최근 미 남부 조지아 주 애틀랜타 지역의 공립학교 전직 교장과 교사, 교직원 등 11명이 무더기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요. 몇 명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들은 정부보조금과 성적에 따른 보너스를 받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오답을 고치거나 학력평가시험에 학생들에게 답을 알려주는 등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는데요. ‘낙제학생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이런 추문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낙제학생방지법이 교사 직무평가와 학교 예산 지원을 학생 성적과 연계시키면서 이와 같은 성적 조작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죠.

진행자) 낙제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법이 예상치 못한 이런 부작용을 낳았네요. 그래서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여러 번 있었죠?

기자) 네. 원래 의회는 낙제학생방지법을 지난 2007년에 개정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면서 계속 무산됐고요. 일부 주가 낙제학생방지법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연방 정부가 낙제학생방지법의 일부 조항을 면제해 주기도 했죠.

진행자) 오바마 행정부는 낙제학생방지법이 개정되지 않자 다른 교육 관련 정책을 병행하기도 했고요?

진행자) 맞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비롯한 각종 항목을 놓고 경쟁을 펼치게 해 높은 점수를 받은 학교에 지원금을 늘리는 “최고를 향한 경쟁(Race to the Top)” 제도와 “공동 핵심과목 표준” 정책 등을 시행하며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했었습니다. 그리고 7년만에 드디어 낙제학생방지법을 대체할 초당적인 안이 마련됐는데요. 이번 개정을 주도한 라마 알렉산더 연방 상원 의원은 만약 낙제학생방지법을 개정하는 게 표준평가였다면 미 의회는 7년간 낙제를 한 셈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Sting

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낙제학생방지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7년 만에 낙제를 접고 드디어 의회의 책상에 다시 오른 ‘낙제학생방지법’, 개정안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낙제학생방지법에서 연방정부의 역할을 대폭 줄인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 낙제학생방지법이 논란이 된 근본 이유도 바로 주 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나라의 교육을 주도한다는 데 있었거든요.

진행자) 아니, 나라의 교육 정책을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미국은 50개 주로 이뤄진 연방국가이지 않습니까? 연방정부의 역할과 주 정부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돼 있습니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연방 교육부가 있긴 하지만 연방교육부의 역할이 무척 제한적입니다. 연방 교육부는 학교나 대학을 설립하지 않고, 교과과정을 개발하지도 않죠. 또 학생의 입학이나 졸업에 대한 요건을 정하지 않고요. 각 주의 교육 기준을 정하거나 학생들의 수준을 점검하기 위한 시험을 개발하는 일도 없고 또 실시하지도 않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이런 일을 각 주와 지방정부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에서 담당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따라서 연방교육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공화당 소속의 연방상원 교육위원장, 라마 알렉산더 의원과 민주당 패티 머레이 의원이 새 법안을 마련한 건데요. 알렉산더 의원은 성명에서 이번 초당적인 합의는 학생들의 학력 평가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이는데 있어 무엇을 할 것인지는 주와 지역 학교, 교사 그리고 부모들이 결정하게끔 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표준시험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개선방안이나 정책은 주 정부와 학군이 결정한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전히 3학년에서 8학년까지 그리고 고등학교 때 1번 표준시험을 치고 그 성적을 인종과 소득, 장애와 영어 미숙자별로 분류해 보고는 합니다. 또한, 성적이 가장 낮은 학교는 실력 향상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요구도 하죠.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성적을 향상시킬 건지는 학교와 학군이 결정하게 됩니다. 또한 낙제학생 방지법에서 표준시험 성적에 따라 교사들을 평가했던 것과는 달리 교사를 평가할 지, 한다면 어떻게 할 지도 각 지방정부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알렉산더-머레이' 법안이 오늘(16일) 상원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첫 번째 걸림돌을 넘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도 초당적인 교육안을 마련하기로 한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의회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의 학교들이 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단지 시험을 위한 교육을 하는데 국한되지 않도록 또 학생들이 수준 높은 기초 교육을 받는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옛날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죠?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기 때문에 1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하는데요. 미국의 앞으로 1백년을 가늠하게 될 새로운 계획,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낙제학생방지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현숙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