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베이너 하원의장 공방 계속...연방준비제도 최초 여성 의장 내정

미국의 주요 뉴스를 알아보는 ‘워싱턴 24시’입니다. VOA 천일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까?

기자) 네. 정부 폐쇄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대화의 포문을 열었지만 안갯속 정국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이 최초의 여성 의장으로 지명됩니다. 미국 애플사의 특허를 침해한 한국 삼성전자의 구형 휴대전화 제품 등이 미국에 수입 금지됩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이민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진행자) 연방정부 폐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정치권 움직임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어제(8일) 워싱턴 정치권은 정부폐쇄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었는데요.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아침 일찍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하원에서 당장 정부 폐쇄 중단과 부채 상한선 조정을 위한 표결을 실시하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선결 과제들이 해결되면 건강보험개혁법을 비롯한 여러 현안들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 백악관의 설명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베이너 하원의장 측에서 반박했던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하원의장실에서 발표했고요. 나중에 베이너 의장이 직접 해명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기존의 협상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겁니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이 이 부분을 해명하기 위해서 어제(8일) 오후 기자회견까지 열었는데요. 그 뒤에도 논란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양측의 공방만 계속됐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뭐죠?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연방정부의 적자 해소 방안에 대해 협상할 의사가 있지만 이는 정부 폐쇄를 끝내고 부채 한도 증액안도 처리돼야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 상황을 공화당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녹취: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The greatest nation on Earth should not have to get permission…”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로 칭하면서 국가를 의회의 일부 무책임한 의원들에게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베이너 의장의 입장도 들어보죠.

기자) 네. 베이너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조건없이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예산안과 부채 증액문제를 적자 감축 방안과 연계해 논의하자는 것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존 베이너 하원의장] “What the president said today is, if there is unconditional surrender…”

오바마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공화당이 무조건 항복을 해야만 협상에 임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 하원은 상원에도 새로운 제안을 내놨었다고요?

기자) 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어제(8일) 현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놨었습니다. 그것은 재정 적자를 해소하고 정부 폐쇄와 부채 문제 등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는데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0명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10명으로 구성된 초당적 상·하원 합동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게 핵심입니다.

진행자) 그에 대해 상원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민주당 상원은 즉각 이를 거부했습니다. 재정 감축 협상이라면 분명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을 비롯한 사회 복지 분야 예산 축소 문제가 거론될텐데, 이 보다는 정부 폐쇄와 부채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제안에 대해서는 백악관 역시 별도 위원회 구성은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정부 폐쇄의 여파로 미국과 일본의 합동 군사훈련도 취소되는 군요?

기자) 네. 미국 정부 폐쇄의 여파로 계획됐던 미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의 합동 군사 훈련이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훈련은 당초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일본 미야기현 오조지하라에서 미군 1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탄 사격과 화생방 공격 대응 등이 포함될 예정이었습니다. 한편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항공국(FAA)에서 무급 휴가를 떠났던 직원들 가운데 일부가 업무복귀 명령을 받았습니다. 미국민들의 안전과 재산 보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미국 중앙은행의 차기 책임자가 결정됐다고요?

기자) 네. 미국 중앙은행들을 관리하고 국가의 주요 통화 정책을 결정할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에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확정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9일) 오후 백악관에서 벤 버냉키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옐런 부의장을 차기 의장에 공식 지명할 예정인데요. 옐런 부의장은 의회 인준 절차를 마치게 되면 내년 1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앞으로 4년간 직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진행자) 옐런 연준 부의장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네. 옐런 부의장은 연준 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에 지명되는 것인데요. 뉴욕의 유대인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옐런은 어린 학창시절부터 각종 상을 모두 휩쓸었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에서 교수를 지낸 경력이 있습니다. 그 뒤 경제분석관으로 입사하면서 연준과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옐런 부의장은 평소 부드러운 지도력의 소유자이지만 경제 예측력에서는 날카로운 눈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옐런 부의장의 남편도 경제학 분야에서 꽤 유명한 사람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의 남편 조지 애커로프는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중인데요. ‘정보비대칭이론’으로 지난 2001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 둘은 연방준비제도에서 근무할 당시 서로 만났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옐런 부의장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선택한 이유,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네. 말씀드린 것처럼 재닛 옐런 부의장은 온건파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논란이 된 로런스 서머스를 포기하고 옐런을 지명하기로 한 것은 최근 미국의 정치 경제 상황이나 의회 사정 등을 고려해서 모험 보다는 안전함을 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니까 현행 경기 부양 정책을 유지하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을 구사하면서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진행자) 특허권 문제로 미국 애플사와 한국 삼성전자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요. 일부 삼성 휴대전화 제품들이 결국 미국에 수입 금지되는 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지난 8월에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 전화기들이 애플의 상용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내 수입금지 판정을 내린 바가 있습니다. 이 같은 무역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갤럭시S2 등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 전화기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은 전면 금지됩니다.

진행자) 앞서 애플 제품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지난 8월이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역시 미 국제무역위원회가 애플 제품에 내린 수입금지 판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했었습니다. 당시에도 거의 똑 같은 사안이었는데요.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미국 업체는 보호하고 외국 업체는 배척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라는 지적인데요. 해당 삼성 측은 이에 대해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한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진행자) 구형 제품들의 수입 금지가 큰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네. 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신제품 기기들의 출시 주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긴 법정 공방이나 규제 기관의 심사 기간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인데요. 어차피 구형 휴대전화 제품들의 경우 판매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습니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은 업체와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어제(8일) 이민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요?

기자) 네.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수천명의 시위대가 연방 의회 건물 앞에서 이민개혁법 승인을 미루고 있는 의회, 특히 공화당을 규탄했는데요. 이들은 올해 안으로 이민개혁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위대에는 ‘아빠를 추방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어린이에서부터 노인 이민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인 이들 가운데 약 200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진행자)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 가운데 연방 의원들도 있다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네. 어제(8일) 집회에는 민주당 소속 연방하원의원 8명도 참여했는데요. 이민 개혁을 촉구하며 시위대 지지 입장을 표명하다 경찰에 역시 연행되고 말았습니다. 도로 점거 농성에 함께 가담하는 등 시민 불복종이 이유였는데요. 이들은 루이스 구티에레즈 의을 비롯해 잰 샤코우스키, 존 루이스, 찰리 랭글, 조 크롤리, 라울 그리잘바, 앨 그린, 키스 엘리슨 의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