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중국산 제품 홍수

지난해 9월 북한 평양의 길거리 상점.

북한 주민들이 가파른 물가 오름세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 시장에는 중국산 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성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북한 경제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장마당에서는 북한 돈보다 중국 위안화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당수 암시장에선 원화대신 위안화만 통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고서는 지난 2009년 화폐개혁 당시 원화를 새 돈으로 바꾸지 못해 휴지조각이 되자 원화를 신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 떨어졌습니다. 화폐개혁 직후 1위안에 5원이던 환율은 시장에서 지난 1월 600원까지 오르더니 올해 추가로 300원이 더 올랐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1위안은 940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과는 달리 환전소의 공식 환율은 1위안당 15.89원으로 실제 거래 환율과 무려 6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승철씨는 “시장에서 중국 화폐 사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승철씨] “북한 당국이 2009년 화폐 개혁을 한 이후 북한 돈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화폐시장을 통제하려면 화폐가 시장에서 은행으로 돌아가는 순환이 되야 하는데 시장-개인-공장-시장 등 은행 제도권 밖에서 화폐가 순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계속 돈을 찍어내면서 화폐가치는 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또 농수산물과 지하자원 외 특별한 수출품이 없으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는 크게 의존하는 북한의 경제구조가 외화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세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월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는 6억5천만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북한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중국산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월 문을 연 평양시내 최대 규모의 광복지구 상업센터에서 판매되는 식료품과 의류, 전기제품도 대부분이 중국산입니다. 이 상업센터는 중국기업 자본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승철씨] “중국산 제품은1980년대 후반부터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섬유나 손목시계 등 공산품이 조금씩 들어오다가 1990년대 초반 이후 북한 경제가 붕괴되면서 생필품 생산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중국 상품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경제가 악화되자 중국산이 전체의 60~70%정도 됐지만 현재는 90%이상을 차지합니다.”

보고서는 또 턱 없이 높은 물가가 북한 인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반인의 월급이 3000~1만원인데 반해 평양 시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감자구이(포테이토 칩)은 3000원, 컵 라면은 6500원입니다.

탈북자 김승철씨는 일반 근로자들은 한 달 월급으로 쌀 1kg을 사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승철씨] “북한에서 4인 가정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한 달에 약 15~30만원 정도가 듭니다. 쌀 1kg이 6000~7000원 하는데 4인 가족이 한 달 제대로 먹으려면 30kg 는 있어야 합니다.

즉 쌀 구입비만 18만원이 들어가요. 상당히 어렵죠. 북한 당국이 주는 일반 월급은 근로자 중 많이 줘야 3000~5000원이에요. 쌀 1kg을 사면 한달 월급이 다 나가는 겁니다.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수가 없으니까 장사를 하든 뭘 하는 겁니다.”

보고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원장이 경제 중시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으나 지나친 중국 의존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이성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