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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합의문 발표...방점은 달라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미-북 베이징 회담을 마치고 지난 27일 귀국하면서, 관화빙 평양주재 중국 총영사의 환영을 받고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미-북 베이징 회담을 마치고 지난 27일 귀국하면서, 관화빙 평양주재 중국 총영사의 환영을 받고있다.

미국과 북한이 지난 주 베이징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29일 동시에 발표했습니다.큰 틀에서는 진전을 이뤘지만, 합의 내용의 해석에는 입장차가 보입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미국과 북한의 이번 발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미국과 북한이 그동안 쟁점이 돼 왔던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요.

답) 네,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먼저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핵 활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도 받아야 한다는 게 미국의 확고한 입장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 해 7월과 10월에 각각 열린 1, 2차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계속 논의돼오다 이번 3차 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겁니다.

문) 하지만 이번 합의를 설명하는 양측의 태도가 상당히 다르던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대화 분위기를 더 좋게 하고 비핵화 약속을 표명하기 위해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미-북 고위급 회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특히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북한의 발표가 주목되는데요, 미국의 발표문에 기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대목입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영문 성명에서 이 부분을 `생산적인 (productive)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밖에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허용하는 문제에서도 북한은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만 언급했지만, 미국은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관련 시설의 불능화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당장 사찰단이 영변에 들어가야 할텐데 어떤 절차가 남아 있습니까?

답) 이 문제는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가 알아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발표가 나온 직후 국제원자력기구도 이를 환영했는데요, 영변 핵 시설에 사찰단을 복귀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이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와 접촉해서 구체적인 사항들을 논의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식량 지원 문제도 양측의 핵심 의제였는데, 여기서도 양측의 발표 내용에 조금 차이가 있지요.

답) 북한은 미국이 ‘24만t의 영양 지원을 제공하고 추가적인 식량 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원을 기정사실화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영양 지원에 관한 세부 행정사항들을 확정하기 위해 북한과 곧 만날 것이라면서 집중적인 분배감시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절차를 더 강조한 겁니다. 그리고 추가 지원에 대해서도 북한의 식량 수요가 계속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문) 북한이 영양 지원 외에도 알곡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보도가 있지 않았습니까? 이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

답) 국무부 고위 관리에 따르면 지난 주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북한은 쌀을 포함한 대규모의 알곡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알곡을 지원할 경우 군대로 전용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북한이 이런 요구를 접고 미국의 제안대로 영양 지원이 이뤄지는데 합의했습니다.

문) 대북 재제에 대해서는 어떤 합의가 있었습니까?

답) 미국의 대북 제재에 관해서는 양측 모두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여기에 더해 민수 분야는 제재 대상이 아님을 미국이 분명히 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제재에서 제외되는 분야를 넓게 해석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대북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북한의 발표입니다. 반면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뭘 논의할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문)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얘기하셨는데, 회담 재개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왔습니까?

답) 미국은 성명에서 6자회담이란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바를 재확인한다고만 밝혔습니다. 북한도 양측이 9.19 공동성명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서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드린대로 북한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경수로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부분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 그렇다면 6자회담이 언제쯤 열릴지는 여전히 가늠하기가 어려운 겁니까?

답)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아직 걸림돌이 많기 때문에 회담 재개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선 미국으로서는 이번에 합의된 비핵화 사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6자회담이 열렸을 때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은 회담을 위한 회담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지막으로 6자회담에서 논의할 의제에 대해서도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문) 미국과 북한의 이번 발표를 보면 우선순위에서도 차이가 많던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 조성 조치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처음부터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있게 논의했다는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의 대북 영양 지원과 인적교류, 비핵화 사전조치를 설명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발표문 맨 끝에 언급했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사전조치를 가장 먼저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북한의 행동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발표가 일부 문제들을 다루는 데 제한적이나마 중요한 진전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 대해서도 양측이 원칙적인 합의를 했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주권 존중과 평등의 정신에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1953년 체결된 한반도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초석으로 인정한다는 점도 양측이 분명히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미국과 북한이 동시 발표한 3차 미-북 고위급 회담의 합의사항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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