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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다시 `통미봉남’ 시도”


북한은 30일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또다시 이른바 ‘통미봉남’ 즉, 미국과만 교류하고 한국과는 단절하겠다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남한과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성명에 대해 “통미봉남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90년대 남한을 봉쇄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른바 ‘통미봉남’전략을 시도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한반도 전문가인 피터 벡 연구원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는 유화 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역적’ 또는 `패당’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격렬히 비난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미국 정부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로버트 킹 특사의 방북을 허용하는 한편 6개월간 억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를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곧 재개될 남북대화를 앞두고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소장은 북한 국방위원회의 발표를 최종적인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구하는 ‘통미봉남’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와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따라서 미-한 관계를 떼어놓으려는 북한의 전술이 효과를 낼 여지가 작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강경자세를 보임에 따라 미-북 관계 개선도 힘들게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남북대화와 미-북 접촉, 그리고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방안에 따라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방문을 마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으로 복귀하자 마자 `남한과 상종 안 하겠다’고 강경자세를 보임에 따라 3단계 방안의 첫 단추인 남북대화가 어렵게 된 것은 물론 미-북 관계도 풀어가기가 어렵게 됐다고 피터 벡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를 풀어줬다고 해서 이를 계기로 미-북간에 어떤 전기가 마련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전용수 씨를 석방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과거 북한이 네 차례에 걸쳐 미국인을 석방했을 때도 이를 계기로 미-북간에 어떤 공식 대화나 주고받기식 협상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이유로 고든 플레이크 소장과 피터 벡 연구원은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가 없는 한 미-북 관계는 당분간 기존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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