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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뉴욕회담 이후 관계 변화 조짐


북미 고위급대화 참석을 위해뉴욕 맨해튼 밀레니엄유엔플라자 호텔을 나서고 있는 김계관(우) 외무성 제1부상과 북한 대표단 일행(자료사진)
북미 고위급대화 참석을 위해뉴욕 맨해튼 밀레니엄유엔플라자 호텔을 나서고 있는 김계관(우) 외무성 제1부상과 북한 대표단 일행(자료사진)

미국과 북한의 뉴욕회담 이후 두 나라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긴급 수해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재미 한인 이산가족 상봉과 미군 유해 발굴 등 그 동안 거론됐던 조치들을 통해 양측의 접촉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뉴욕회담이 열린 지 아직 한 달이 안됐지만 미국과 북한 사이에 눈에 띄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에 90만 달러 상당의 긴급 수해 지원을 하겠다는 미국의 발표가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해 지원이 식량 지원에 비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수해 지원은 식량 지원에 비해 액수가 적고 긴급한 인도주의적 재난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국내정치적으로 반발이 생길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대북 수해 지원 물자를 북한에 곧 보낼 예정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어떤 조건으로 수해 지원을 할 것인지가 분명치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미 국무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섣불리 예단하기를 꺼려했습니다.

문)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수해 지원 결정은 식량 지원에 비해 상당히 신속하게 내려졌다고 볼 수 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식량 지원 문제와는 달리 실사단을 따로 북한에 보내지 않고 비정부기구들의 설명을 받아들여 지원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발표 내용을 보면 상당히 제한된 지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원품목에서 식량을 제외했고, 대상 지역도 강원도와 황해도로 국한했습니다. 국무부는 수해 지원과 식량 지원은 별개라면서 식량 지원과 관련해서는 평가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해 지원 결정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입니다.

미국이 대규모 대북 식량 지원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뉴욕회담에서 식량 지원과 관련해 별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은 상당히 제한된 수해 지원을 하면서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계속 지켜볼 것으로 클링너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문) 그런데 미국의 수해 지원 발표가 나오자마자 북한이 미군 유해 발굴 재개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이 미군 유해 발굴을 재개하기 위한 회담을 열자는 미국의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미국의 수해 지원 발표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이 움직인 겁니다. 미국 국방부는 뉴욕회담이 끝나자마자 북한에 서한을 보내 미군 유해 발굴 회담을 제의했는데, 지난 달 북한 측이 먼저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회담을 전후로 해서 미군 유해 발굴 재개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문) 미국에 사는 이산가족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있었죠?

답) 네. 북한이 재미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11일 밝혔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최근 미국이 미국적십자와 여러 공식 경로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과 북한이 인도주의 문제들에서부터 협력을 도모해 나간다면 앞으로 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신뢰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았습니다.

문) 북한의 희망대로 이런 인도주의적 조치들이 미-북 관계에 의미를 가지려면 미국과 북한이 양자회담을 이어가면서 6자회담 재개까지 성사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 물론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뉴욕회담에 이어서 후속 회담을 가질 지가 관심사인데요, 북한은 이미 후속 회담을 갖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먼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지난 주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만나자고 하면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후속 회담을 여는데 어떤 조건을 내걸고 있는 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 사전조치와 관련해 새로운 입장을 취하느냐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신안보센터 패트릭 크로닌 박사의 말입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모든 핵 활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받아들여야 미-북 관계에 실질적인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인도주의적 조치들은 사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금방 취할 수 있지만 비핵화 사전조치들은 북한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쉽게 낙관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최근 북한은 핵 억제력 강화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답) 네, 북한은 미-한 연합군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북침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 동안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늘 해오던 주장이라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 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새로운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정권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북 관계가 계속 개선될 것으로 장담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도주의적 조치들마저 갑자기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미-북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는 지적입니다.

지금까지 인도주의적 조치들을 중심으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 변화 조짐을 짚어봤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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