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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카터 방북 엇갈린 전망


미국의 전문가들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왜 가는지 모르겠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문가들의 시각을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는 26일 평양을 방문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평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주장해 온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는 “카터 전 대통령이 왜 북한에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간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 않은데 왜 이 시점에 방북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방북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말고 좀더 두고 보자는 유보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카터 전 대통령이 나름대로 목표를 갖고 평양에 가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카터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해 8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곰즈 씨 석방을 위해 방북 했지만,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에 가는 바람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대화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에 면담 가능성이 크다고 워싱턴이 민간연구소인 우드로 윌슨 센터 방문연구원인 류길재 박사는 말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금년 초부터 대화 공세와 유화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만날 공산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6일 조지아 주에 있는 카터센터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번 방북의 목적을 한반도 비핵화 논의 재개와 평화협정, 그리고 인도주의 지원 등 3가지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토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지금은 94년 1차 핵 위기 때와는 아주 다른 상황이라며,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핵 문제가 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어야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전혀 그런 조짐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는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오히려 이용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카터 씨가 자신을 보기 위해 두 차례나 평양에 왔다’는 식으로 내부 선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또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에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타결하자는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고 미첼 리스 박사는 말했습니다.

류길재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에게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평화로 치장된 그런 언술로 카터 전 대통령에게 표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차 핵 위기 때인 지난 1994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을 통해 핵 문제에 돌파구를 만들어 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8월 방북 때는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렇다 할 변화를 이끌어 내지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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