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권력 승계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43차 미한 안보협의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을 수행한 이 당국자는 27일 파네타 장관을 동행 취재 중인 기자들과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 권력 승계가 급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더 공고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과거엔 3대 세습에 대한 비관론도 있었고 중국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며 “이후 중국에선 북한의 권력 승계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김 부위원장에게 상당한 권한을 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차 미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선 북한이 전형적인 접근방식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내년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주민들에게 선물과 식량을 주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지금은 잠잠하지만 그렇다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측에 리비아 정권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협상 상대가 그런 말을 하면 진정성이 없다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 내 북한 정치 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의 후계체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후계 작업이 속도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2009년 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은 초고속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김정은 후계체계가 안정적인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보다 내실을 굳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박사는 28일 흥사단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주제 강연을 통해 지난 2009년 상반기부터 김 부위원장의 측근들을 군과 공안기관 요직에 배치시킴으로써 일찌감치 권력 승계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 박사는 북한 군이 김정일 위원장이 유일적으로 지도하던 체제에서 김 위원장의 승인 하에 김 부위원장이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보좌를 받아 이끌어 가는 체제로 바뀌었다며 권력 승계를 위한 군부 내 기반이 이미 구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