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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쿠바 경제개혁과 다른 결과 나온 이유는?


북한과 쿠바 두 나라의 경제개혁 결과를 비교하는 토론회가 27일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두 나라는 모두 구 소련 붕괴 이후 체제 생존을 위해 비슷한 경제개혁 조치들을 취했지만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는 겁니다.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과 쿠바 두 나라 모두 1990년대 초반에 비슷한 경제개혁 조치에 착수했지만 그 결과는 크게 달랐다고, 멕시코 메트로폴리탄 자치대학의 호세 루이스 레온-만리케스 교수가 지적했습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27일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현재 쿠바의 1인당 국내총생산 GDP가 북한의 5배를 넘는 다는 것입니다.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쿠바의 1인당 GDP는 1990년대 초반 하락했다가 이후 다시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북한의 1인당 GDP는 계속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두 나라가 기본적으로 구 소련 붕괴 이후 직면한 경제 위기 속에서 체제 생존을 위해 제한적인 경제개혁에 나섰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쿠바의 경제개혁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고,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말했습니다.

쿠바는 개혁과 후퇴를 반복하면서도 진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갔지만, 북한은 일보 전진 이후 이보 후퇴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북한의 진전 사례로 라진 선봉과 개성에 설치된 경제특구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외자 유치, 일부 비공식 시장에 대한 묵인, 일부 사유권 인정 등을 포함한 헌법 개정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가장 대담한 개혁 조치로 식량가격 자유화와 원화가치 재평가, 그리고 국영기업에 대한 자율권 부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2년 7월의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꼽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체제 붕괴를 우려해 그 같은 개혁 조치들을 번복했고, 그 때문에 경제개혁이 뒤로 더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경제특구에 대한 통제나 금강산 관광 중단 등은 북한 정권의 이중적 태도에 따른 결과라면서, 북한 당국이 경제개혁을 주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사례로 2009년 말의 화폐개혁을 들었습니다.

반면, 쿠바는 북한과는 달리 일보 후퇴해도 다시 이보 전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빠른 경제회복을 이룰 수 있었다고,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말했습니다.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특히 쿠바가 외화 획득과 관련해, 외국인 직접투자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해외 쿠바인들의 송금,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인력 해외 파견 등을 촉진하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쿠바의 경우 지난 해 말 또 다시 대담한 경제개혁에 착수했고, 앞으로도 계속 경제개혁이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일부 개혁의 징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변화의 길을 따르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말했습니다.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따라서 북한은 지금과 같은 위험한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집권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정은은 나이가 어리고 권력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설령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더라도 실행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레온-만리케스 교수는 특히 김정은이 경제개혁에 반대하는 군부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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