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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성동맹 결성 65주년: 남성위주의 봉건사상 여전


오늘은 북한의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결성 6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 당국은 ‘남녀평등을 완전히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은 북한 여성들이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8일은 북한의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이 창설된 지 꼭 6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과거 조선작가동맹에서 활동하다 지난 90년대 말 탈북 한 최진이 씨는 여맹이 북한 여성에 대한 사상교양을 담당하는 노동당 산하 기관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가두 조직이죠. 당에 소속되지 않은, 당원이 아닌 여성들을 담당하는…”

북한은 1946년 남녀평등 법령을 채택한 데 이어 곳곳에 탁아소를 세우는 등 여성을 위한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남녀평등은 말 뿐일 뿐 북한은 여전히 남성 위주의 봉건적 사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깔보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이 바지를 입거나 자전거를 못 타게 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다시 최진이 씨의 말입니다.

“자전거 타면 안 된다, 바지 입으면 안 된다, 단속이 심했죠. 오극렬의 딸이 자전거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그를 핑계로…”

북한 당국은 남한의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중에 여성 비율이 20%에 달한다며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의 조은희 연구교수는 북한 같은 체제에서 그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의 대의원이 하는 일이라든지, 여성 대의원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여성이 대표한다고 할 수 없는 정치구조이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탈북자들은 북한 여성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출산과 육아 외에도 집에서는 가사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탈북자 최진이 씨의 말입니다.

“여성들이 직장도 같이 나가지만 들어가서 가사일을 거의 여성의 몫이에요. 남성이 가사 일에 손대면 쪼잔한 남자로 인식되기 십상이죠.”

탈북자들은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여성들의 부담이 한층 더 커졌다고 말합니다. 당시 공장과 기업소가 돌지 않게 되자, 남자를 대신해 여성들이 나서서 장사를 하는 등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여성의 장마당 진출은 가정에서 여성의 발언권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과거에는 남편의 월급에 의존해 살던 여성들이 직접 돈을 벌고, 경제권을 쥠으로써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과거 평양 교원대학 교수로 있다가 지난 2002년에 탈북한 이숙 씨의 말입니다.

“여자들이 장에 나가면서, 금전관계를 여자가 모두 취급하면서 여자들의 세력이 세진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 남성들의 위치가 추락한 것은 주민들이 사용하는 용어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고난의 행군 이후 남편들이 돈을 벌지 못하고 집이나 지킨다는 뜻에서 ‘멍멍이 남편’ 또는 ‘우리 집 자물통’이라는 은어로 부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돈이 많고 성분이 좋은 여성들은 괜찮았지만 가난하고 성분이 나뿐 여성들을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90년대 이전에 여성 탈북자의 비율은 전체의 10%에 불과 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에는 탈북자의 70% 이상이 여성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경제난과 함께 북한 여성이 필요한 중국의 변경 지역 사정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조은희 교수의 말입니다.

“탈북자 중에서 여성이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는 뜻도 되고요. 또 인신매매 성격도 강하죠. 중국 농촌에서 결혼 못한 사람들이 많으면서 팔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탈북자 중에서도 여성이 70%가 넘게 되는 거죠.”

북한 당국은 ‘여성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라며 남녀평등이 완전히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의 북한 여성은 아직도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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