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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주한 중국대사, `북한의 화폐개혁은 경솔’”


한국주재 중국대사가 북한의 화폐개혁을 ‘경솔한 조치’로 평가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폭로 전문 인터넷 웹사이트인 위키리스크가 공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 나타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2009년 11월 북한의 화폐개혁 당시 주한 중국대사는 이를 ‘경솔한 조치’로 평가하면서, 북한 당국의 시장 탄압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페인의 ‘엘 파이스’ 신문이 최근 폭로 전문 인터넷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인용해 보도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21일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는 서울에서 청융화 당시 주한 중국대사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청융화 대사는 북한의 화폐개혁이 `경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경솔한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이미 집과 차를 샀는데 정부가 사유재산 소유가 안 되는 시절로 시계바늘을 되돌리려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청융화 대사는 이어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따랐으면 지금 더 잘 살았을 것이라며 “북한에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주한 중국대사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서울의 민간단체인 중국연구소 유상철 소장은 “중국의 솔직한 속내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청융화 대사와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 사이에 상당한 깊은 대화가 오갔다고 볼 수 있고, 또 그러한 발언이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갖고 있는 생각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청융화 대사는 또 북한 당국자들과 처음 대화할 때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렸다고 생각하니 만사가 편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청융화 대사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중국연구소의 유상철 소장은 “중국과 북한의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벌써 사회주의에 얽매였던 시각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의 장점도 취하고 벌써 30년을 지나왔는데, 모처럼 북한 관리들과 얘기를 하면서 ‘아 우리가 30년 전에 했던 얘기를 하는구나’하고 새삼스럽게 깨닫는 측면이 있었을 겁니다.”

청융화 대사와 스티븐스 대사의 면담에 배석했던 주한 중국대사관의 천하이 참사관은 북한 정부 관리들이 현대적인 경제학과 무역 원칙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가 북한의 외교사령탑인 강석주 내각 부총리와 대화를 나눴는데, 강 부총리는 ‘무역적자’의 개념 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전문에 따르면 청융화 대사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해 대체로 지지하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까지 너무 시간을 끄는 것도,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청융화 대사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 2월까지 주한 대사를 지냈습니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9년 여름 남한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나눈 얘기도 공개됐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9년 8월28일 워싱턴에 보낸 전문은 캐슬린 스티븐슨 대사가 평양에서 돌아온 현정은 회장과 면담한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전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의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에서 미사일 발사 장면과 군인이 출연하는 것은 미국과 남한이 싫어하기 때문에 고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또 현정은 회장에게 일본과의 관계가 상당히 나쁘며, 중국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문에 나타났습니다.

이밖에 북한의 대남 사업 책임자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2009년 7월 동해에서 북한에 나포됐던 남한의 800연안호 선원과 선박을 송환하는 대가로 식량 지원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현정은 회장을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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