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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대북 추가 제재, 과거에 비해 훨씬 정교”


미 전문가, “대북 추가 제재, 과거에 비해 훨씬 정교”
미 전문가, “대북 추가 제재, 과거에 비해 훨씬 정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 행정명령에서 밝힌 대북 추가 제재는 북한의 불법 행위들을 모두 망라하고, 이와 관련된 개인과 기관들에 금융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행 과정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여부가 관건인데요, 김연호 기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미국의 이번 추가 대북 제재가 기본적으로 기존 제재 조치들을 한데 묶어놓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혀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기 보다는 그 동안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제시한 대북 제재의 구성요소들을 조직적으로 연결해 놓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교함에 있어서는 과거 대북 제재에 비해 훨씬 앞서 있다고 존 박 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지난 2005년 북한의 불법 행위에 연루돼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의 경우보다 이번 제재가 훨씬 더 내용이 포괄적이고 직접적인 경고를 담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어느 나라의 개인이나 단체라도 북한과의 불법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 미국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새 행정명령은 무기 거래와 사치품 수입, 돈 세탁, 위조활동, 마약 거래 등 그 동안 거론됐던 북한의 불법 행위를 모두 망라하고 있습니다.

반면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경우 북한의 돈 세탁을 도와준 게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처럼 미국과의 금융거래가 전면 금지될 것을 우려해 아예 북한과의 거래를 끊었습니다.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낸 경고를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받아들인 겁니다.

대북 제재의 효과와 관련해 레비 재무부 차관은 북한의 불법거래와 합법거래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세계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북한과의 어떠한 거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새 행정명령이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부시 전 행정부에서 북한의 불법 행위 문제를 총괄했던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 자문관은 국제금융체제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거래를 할 수 없다며 금융제재의 효과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불법 행위를 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애셔 전 자문관은 북한이 불법 행위를 합법으로 위장하기 위해서라도 은행을 건너 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미 의회 관계자는 행정명령 전문에 이번처럼 구체적인 제재대상 행위를 명시하는 건 드문 일이라며, 미국이 대북 제재를 이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이 특정국가를 상대로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새 행정명령이 중요한 준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과거 경험으로 미뤄볼 때 추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전문가위원회의 보고서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은 매우 정교한 방법으로 제재망을 빠져나갔다는 겁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운송회사와 금융기관을 여러 번 바꾸고 선적 서류도 거짓으로 꾸며 단속을 피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의 경우 국제금융망을 거치는 불법 행위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거래 이외의 방식으로 대금을 치르는 북한의 불법 행위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협조 여부도 관건입니다. 존 박 연구원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1874호의 모호한 규정을 중국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1874호가 경제 개발과 인도주의적 행위를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북한 무역회사들과의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존 박 연구원은 경제 개발과 인도주의적 행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거래는 대북 제재의 중대한 허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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