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3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북한 당국이 외국인 전용 휴대전화 통신망을 운영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최근 평양에 주재하는 한 러시아 유학생은 자신의 개인용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북한에서 외국인 전용 휴대전화 통신망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유학생에 따르면 북한당국은 ‘선넷(SUN NET)이라는 이름의 외국인용 통신망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외국인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북한 주민들이 쓰는 ‘고려링크’와 서로 통화가 안되며, 요금과 전화번호 체계도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주민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는 850-191-260****인데 외국인용 번호는 850-193-801****입니다. 또 외국인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면 가입비로 1천 달러를 내고 이와 별도로 전화기 구입비로 1백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김책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다 지난 2004년에 탈북한 김흥광씨는 북한이 외국인용 휴대전화 통신망을 운용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선 이동통신이 두 개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과거 태국 록슬리가 운영하던 것을 외국인용으로 하고 이집트 오라스콤에서 고려링크로 해서 많이 쓰고 있죠”
북한의 정보통신 현황에 밝은 김흥광씨에 따르면 외국인용 통신망인 ‘선넷’의 시초는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때 태국의 통신회사 ‘록슬리’는 북한과 합작해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2004년4월 용천역 폭발사고가 나면서 갑자기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김흥광씨의 말입니다.
“용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죠. 김정일 위원장이 탄 열차가 지나가고 바로 몇 십분 후에 폭발이 일어나서, 그걸 빌미로 취한 조치죠”
김흥광씨는 용천역 폭발사고가 나고 몇 년 후에 북한 당국이 외국인을 상대로 한 휴대전화 통신망을 다시 재개했다고 말했습니다.
“태국의 록슬리 회사의 시스템을 완전히 들어낸 것이 아니고 잠정적으로 스톱시켰던 것을 외국인용으로 특화 시킨 조치를 취한 겁니다”
그 후 북한은 2007년에 이집트의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의 도움을 받아 또 다른 휴대전화 통신망인 ‘고려링크’를 시작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 방송입니다.
“(북한 방송원)조선체신회사와 이집트 오라스콤의 협력으로 3세대 이동통신 봉사가 시작돼, 정보산업 시대의 요구에 맞게 나라의 통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휴대전화 통신망을 일반 주민들이 사용하는 ‘고려링크’와 외국인 전용인 ‘선넷’으로 이원화 한 것에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북한처럼 통신 시장도 작고 외국인도 많지 않은 곳에서 통신망을 두 개씩 운용하는 것은 납득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김흥광씨는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북한 내부의 소식이 외부에 흘러나가는 것을 꺼려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과 일반 주민들이 서로 전화 연결이 안되게끔 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흥광씨는 또 국가안전보위부가 외국인이나 북한 주민이나 가릴 것이 없이 모두 휴대전화 통화를 도청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16국 산하에 외국인에 대한 감청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가 있고 또 국내 핸드폰을 감청하는 하는 부서도 있죠”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과 외국인들도 정보 당국이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것을 눈치채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나 외국인들은 전화를 사용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민감한 얘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들은 남북한이 모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질적으로, 양적으로 큰 격차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경우 현재 휴대전화가 5천만대나 보급돼 어린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전 인구의 1%에 해당하는 30만 명에 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