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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노동신문 당 선전 도구’


11월1일은 북한의 노동신문 창간 6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북한의 대표적인 언론 매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노동신문은 언론 매체가 아니라 당의 선전, 선동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북한의 언론 실태를 전해드립니다.

북한에 살다가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노동신문이라는 얘기를 듣자 한결같이 ‘독보회’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북한에서 직장에 출근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노동신문 사설을 읽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평양 교원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2년에 남한에 온 탈북자 이숙씨의 말입니다.

“각 기관, 기업소, 학교에서는 아침 첫 시간에 30분간 독보회를 하는데 주로 노동신문에 있는 사설로 독보회를 합니다”

지난 1997년 탈북한 차성주씨는 노동신문이 남한이니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신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신문에는 가끔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실리는데, 이를 찢거나 버리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신문이 접혀 있잖아요, 안 쪽에 있으면 못 보니까,(김정일)사진이 없는 줄 알고 찢으면, 혼나죠, 정치범 수용소에 가는 사안이기도 하고요”

1945년 11월1일 창간된 노동신문은 모두 6면으로 발행되는 북한의 대표적인 신문입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노동신문이 서방의 언론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한국과 미국에서는 신문과 방송의 임무는 국내 사정과 국제 소식을 신속,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의 언론 매체들은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소식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탈북자 이숙씨의 말입니다.

“함흥에서는 철도 사고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제가 황해도로 가는 도중에 철도가 뒤집어져, 신성천 다리에 곤두박질해서 여자들 가방이 둥둥 떠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런 것은 어느 출판물에 나지 않고 입 소문으로 알려지는 것입니다”

또 북한에서는 지난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수십만명이 굶어 죽었지만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에는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는 또 중국이나 남한 그리고 미국 등 외국 소식도 정확히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외부 소식에 목마른 주민들은 노동신문 5-6면에 게재된 국제소식과 남조선 소식을 거꾸로 해석하는 버릇이 있다고 탈북자 차성주씨는 말했습니다.

“월드컵에 열린다든가 그런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것은 간단히 실리니까. 사람들이 외부 정보에 목말라하니까,북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정보는 거꾸로 보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매체는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대통령과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예리하게 비판합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항상 잘한다고만 할 뿐 비판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은 남한의 신문과 방송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에 북한 청진에서 남한으로 망명한 장근혁씨의 말입니다.

“북한식으로 하면 대통령은 신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도 솔직히 대통령 욕하는 것을 보고 감옥에 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그런데 지금은 자유니까, 잘못하면 욕할 수도 있고 그렇지요.”

노동신문을 비롯한 언론 매체들이 제구실을 못하자 북한 주민들은 외국 방송 그리고 중국을 통해 흘러 들어 간 비디오와 CD등을 통해 외부 소식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다시 탈북자 이숙씨의 말입니다.

“남한방송 KBS가 들어갑니다. 황해도에서는 KBS를 듣고 두만강 일대에서는 중국 방송을 듣고 평양에서는 CD를 통해 남한 정세를 잘 안다고 합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도 ‘언론이 없는 국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전세계 2백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을 쿠바와 버마와 함께 최악의 언론 탄압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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