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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수로 건설 큰 진전 없어


북한이 영변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험용 경수로 건설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는 7일 위성사진을 근거로 영변 경수로를 감싸고 있는 구조물이 상당한 수준의 윤곽을 갖췄다고 보도했습니다.

직경 20미터 높이 40미터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경수로의 원형 구조물은 지난 해 11월까지만 해도 높이가 1미터에 불과했었습니다.

이와 함께 경수로 건설 현장 옆에서는 또 다른 터파기 공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이 자체적으로 원자로를 제작할 핵심 기술능력과 자재 확보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또 경수로 건설이 실질적인 큰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경수로 건설 공사는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며 “질적으로 새로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경수로 옆에서 이뤄지고 있는 터파기 공사는 부대시설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일각에선 북한이 진짜 경수로 건설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에 대한 압박카드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원전 전문가들은 영변 경수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 북한의 자금력이나 기술력으로 미뤄볼 때 안전에 문제를 갖고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변 경수로처럼 25~30 메가와트 급의 경수로 1기를 서방의 안전기준에 맞춰 제대로 지으려면 수억 달러의 공사비가 들어갑니다. 특히 원자력 등급에 맞는 안전설비가 아주 비싸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

“효율이나 안전성 이런 문제까지 고려해서 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경제성과 안전성은 반비례하거든요, 그런 게 북한이 되느냐 하는 문제죠.”

최근 몇 달 사이 경수로 구조물이 빠르게 올라간 데 대해 제대로 안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김명현 교수입니다.

“보통 심사하는 데 1~2년 걸리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빨리 올라갔다는 것은 그 모든 과정이 생략된 것으로 보거든요.”

영변 경수로는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한국과 미국 등이 북한의 신포 지역에 지어주다 2005년 중단시킨 경수로와 같은 원형 구조물이어서 북한이 당시 기술을 모방해서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2차 북 핵 위기로 경수로 건설이 중단된 이후 독자적인 경수로 건설 의지를 밝혀왔고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지난 해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이 이제 막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수로는 저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경수로 건설은 곧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미국과 한국 등 북 핵 관련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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