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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힘- 북한 문 열 수 있어”


대중음악이 외부세계에 닫힌 북한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와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가사들이 옛 동유럽 공산사회의 붕괴를 주도했던 것처럼, 북한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8일 워싱턴에서는 대중음악이 폐쇄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내용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옛 소련 출신으로 지난 해 서방의 대중음악이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책을 펴내 주목을 받은 미국 볼스테이트대학의 세르게이 쥬크 교수는 토론회에서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쥬크 교수는 `옛 소련의 공산주의를 종식시킨 것은 비틀즈’였다며, 음악의 영향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나 다른 요소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쥬크 교수는 토론회 뒤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음악은 단지 멜로디 뿐아니라 인권과 자유, 개인의 권리, 삶의 수준 등을 인식하고 비교하게 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말했습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옛 소련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인 비틀즈의 음악을 들었고, 이를 통해 자신들과 다른 삶, 패션, 사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쥬크 교수는 당시 소련의 젊은이들은 비틀즈 노래의 가사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멜로디를 통해 감성이 동요되고 개인의 존재감을 은연 중에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서방세계 문화에 눈을 뜨고 청바지와 말로보 담배에 관심을 갖는가 하면 영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옛 소련 등 동유럽 공산권의 젊은이들은 당시 ‘미국의 소리’ 등 외국에서 송출하는 다양한 단파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음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들어 카세트 라디오 기기가 등장하면서 암시장을 통해 음악 테이프를 구입한 젊은이들이 이를 복사해 친구들과 나눠 듣고 판매하는 현상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한국의 음악과 텔레비전 드라마 알판 (DVD)을 불법 복사해 친구들끼리 돌려보고 장마당에서 복사판이 매매되는 북한의 최근 상황과 매우 비슷합니다.

세르게이 쥬크 교수는 특히 서방세계의 `록 엔드 롤’ 음악이 담고 있는 가사의 메시지가 공산주의 붕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영국의 또 다른 전설적 록밴드인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들은 실험적인 음악과 함께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가사들로 젊은이들을 은유적으로 매료시켰다는 겁니다.

전세계에서 2억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린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철학적인 가사와 실험성, 화려한 색채와 라이브 공연으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음악들이 옛 공산주의권 젊은이들의 비판적 사고를 높였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동유럽 역사 전문가인 타라스 쿠지오 존스 홉키스 대학 연구원은 권위적인 전체주의 정권에서 자라는 젊은이들에게 외부의 음악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약적인 문화적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에게 외부세계의 음악은 때로는 경이로우며,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와 같다는 겁니다.

두 전문가는 가령 록오페라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보여준 판타지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록 그룹 ‘딥 퍼플’의 수준 높은 음악은 자신들 뿐 아니라 옛 소련의 비밀경찰인 KGB 요원들까지 매료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쥬크 교수는 음악은 만국공통어이기 때문에 북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새롭고 자유로운 음악과 영화, 책들을 통해 주민들은 권위적 정권에 비판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존스 홉킨스 대학의 쿠지오 연구원은 음악 등 외부 문화가 북한에 들어갈 수 있도록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더 긴밀히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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