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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속에 왠 요리 축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평양에서 ‘요리 축제’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는 철갑상어와 스파게티 같은 고급 요리가 등장했다고 하는데요. 탈북자들은 ‘일반 주민들은 강냉이 밥도 못 먹는 판에 왠 요리 축제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관영 `평양방송’과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등에 따르면 평양에서는 5일부터 ‘4월의 명절 료리 축전’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99회 생일을 앞두고 열리는 이 행사에는 북한 내 40개 식당에서 수 백 명의 요리사가 참가한 가운데, 1천 가지가 넘는 각종 요리가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방송은 행사를 소개하면서, “옥류관에서 철갑상어와 자라 요리, 피자, 스파게티, 퐁듀, 그리고 스위스식 감자요리인 로슈티를 만들어 봉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요리 축제 외에도 외국에서 예술단을 초청해 각종 행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미국과 영국 등 전세계 각국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면서 내부적으로 요리 축제를 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거 체코주재 북한 무역회사에 근무하다 지난 2002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김태산 씨의 말입니다.

“물론, 못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요리를 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러나 국가를 책임진 사람이라면 요리 대회를 하기 전에 거기에 들어가는 돈으로 쌀을 사다가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원칙 아닌가…”

북한의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지난달 말 영국을 방문해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며 긴급 식량 지원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요리 축제가 열리는 것은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들의 삶에는 무관심한 채 정치 행사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 경인여자대학의 이애란 교수의 말입니다.

“북한은 백성들 굶어 죽는 것과 김정일 부자가 사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작년에도 생일 때 60억 원을 들여 불꽃놀이를 하고 그랬잖아요.”

유엔 세계식량식량계획(WF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 등 6백10만 명이 긴급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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