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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정은 후계체제] `북한경제 살리려면 전면 개방해야’


[인택1] “지난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경제는 더욱 악화됐고 이제 거의 희망이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최근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주최 오찬연설에서 전한 북한의 경제 사정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과 피폐한 산업시설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떠오른 이후에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단행한 화폐개혁으로 북한의 경제 사정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주민들이 갖고 있던 달러화를 빼앗기고 장마당 통제도 심해지자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 간부 등 일부 특권층과 나머지 대다수 주민들 사이의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흥광1]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생필품을 포함해 물질적인 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적인 부분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상층과 하층의 생활수준 차이가 최근처럼 이렇게 크게 벌어진 것은 느껴본 적이 없는 거죠.”

북한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체제 개혁이 관건입니다. 때문에 김정은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얼마나 다른 정책적 선택을 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관측통들은 김정은이 이미 경제정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CNC 즉, 컴퓨터 수치 제어 기술을 일선 공장에 보급하는 일을 주도한 것으로, 북한은 이를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입니다.

[조선중앙TV] “특히 공장 노동계급이 이미 있던 대형설비들을 CNC화 하여 기계제품의 생산성과 정밀도를 종전보다 훨씬 높인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하시면서…”

일각에선 김정은의 해외유학 경험과 젊은세대라는 점을 들어 아버지인 김 위원장보다 훨씬 유연한 경제개방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성장1] “김정은 경우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 그런 게 김정일보다 훨씬 적은 것 같구요,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경제 개방하는 데 대해서 큰 주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4년 반이나 스위스 유학을 하면서 자본주의를 직접 눈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김정일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맹목적 거부감 이런 게 적다고 볼 수 있죠.”

남북경협의 장으로 유일하게 남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인력을 일부 추가 공급하는 등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9년 강제적 노력 동원에 의존한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 그리고 화폐개혁 등 이미 실패한 경제 회생책들을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쉽게 경제 개방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입니다.

[봉현1] “북한의 경제 시스템 개선 없이 무리한 단기 성과 위주의 정책으로 오히려 정책은 성공 못하고 후유증만 양산되는 그런 게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체 기술과 자본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경제를 살리는 데는 개방을 통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일단은 중국 자본만 의존하는 매우 조심스럽고 제한적 개방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북한은 중국과 함께 시작한 라선 경제무역지대 개발을 상당히 진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고인민회의 개최 하루 전인 지난 6일 조선중앙통신은 라선시가 국제화물 중계지, 수출품 가공지, 그리고 국제금융 관광지로 꾸려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해 말 라선시 인민위원회 간부들이 해외파 젊은 세대로 대거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이 아직 시각차이를 좁히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철도와 도로 항만시설 등 기반시설의 투자는 비교적 순조로운 반면 시 현대화 사업이나 산업단지 조성, 광물자원에 대한 투자 등 정작 북한에게 돈이 되는 사업들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박사입니다.

[명철2] “중국 기업들도 북한이 체제가 개혁되지 않고 개방되지 않고 비효율이 있고 관료주의가 심하고 자유화가 없고 통행 통신 통관이 불편하면 안 가는 거죠. 일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자금이 원조성 투자형태로 가는 정도로 되겠지만 들어갈 기업이 많지 않아요.”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는 북한식의 제한적 개방만으론 외부 자본을 끌어들일 수 없고 전면 개방만이 북한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용승1] “북한의 경우 사실 그 정도만 열어도 자기들은 경제단위가 작기 때문에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 이렇게 계산을 하지만 전면 개방을 하지 않고 시장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는 외국 자본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과감한 전면적 개방은 자칫 정권의 안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후계자 김정은의 고민입니다.

특히 북한이 핵을 정권 유지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핵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해외 자본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박사입니다.

[명철1]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에 국제자본이 들어갈 수 없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자본이 북한에 들어갈 수 없고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국제 민간자본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때문에 김정은에겐 북한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혁개방과 정권 유지를 동시에 이뤄야 하는 어려운 선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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